“사람은 문명을 통해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고 행복해질 수 없다”…『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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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문명을 통해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고 행복해질 수 없다”…『장자』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5.10.1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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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의 초상.

중국의 사상가인 장자 철학의 핵심은 개인의 행복 추구에 있다. 어떻게 하면 한 세상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자가 생각한 행복한 삶이란 마음에 근심걱정이 없고 몸이 편안한 것이다. 즉 몸과 마음이 아무런 속박이나 제약을 받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사람을 장자는 지인(至人), 진인(眞人), 신인(神人) 혹은 성인(聖人)이라고 불렀다.

사람에게 있어 부자유는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면이 더 크다. 몸을 직접적으로 얽어매거나 우리에 가두어둠으로써 발생하는 부자유가 아니라 정신적 혹은 심리적 제약에서 오는 부자유인 것이다.

장자는 이처럼 정신이 자유롭지 못할 때, 마음이 편치 못할 때 우리는 고통을 느끼며 행복이라는 이상적인 삶으로부터 멀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40년 가까이 장자와 도가를 연구해온 김갑수 교수의 『장자』(글항아리)는 우리말 완역본으로 학자가 아니라 일반인을 주요 독자로 하고 있다. 가능한 한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을 주된 번역어로 쓰고, 간단명료한 문체로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 책에는 김갑수 교수의 오랜 연구 공력과 철학이 함께 담겨 있다. 머리말에서 그는 장자를 허무주의자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하는 주된 내용은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모든 요소를 비판하면서 그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장자』에 따르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들은 첫째 도덕·이념·제도·법률 등 사회적인 것, 둘째 오래 사는 것·돈과 재물·사회적 지위·명성 등에 대한 욕망과 관련된 것, 셋째 공포·불안·우울·분노·증오·질투 등 심리적인 것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것, 습득된 것 혹은 사회적인 것들이다.

사회는 인간의 본성에 따라 형성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마땅히 사회를 형성하고 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춘추전국 시기에 이미 이와 관련한 논쟁이 활발하게 전개됐는데, 여기서 핵심이 되는 문제를 우리는 인성론이라고 부른다.

장자가 생각한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가장 부합하는 사회는 지배와 피지배,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유식한 사람과 무식한 사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는 자연스러운 공동체다. 거기서는 굳이 어떤 정해진 법률이나 제도도 없고 각 개인에게 도덕이나 규율·법률을 요구하는 것도 없다. 그저 자기 뜻대로 살면 서로 충돌하지도 않고 저절로 잘 굴러갈 것이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장자는 모든 욕망과 이기심은 불평등을 기초로 한 사회,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각자가 후천적으로 습득한 것이고 인간의 이러한 학습된 욕망과 이기심으로 인해 사회가 혼란에 빠졌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심리적 불안정이 초래됐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자는 인류가 축적해온 모든 문명과 역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 전체로 보나 개인적인 면에서 보나 사람은 문명을 통해서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고 행복해질 수 없다.

 

그런데 장자가 보기에 세상에는 온통 몸과 마음을 구속하는 것들뿐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모두 후천적인 것, 인위적인 것들이다. 장자가 유가와 묵가 등 제자백가를 몽땅 비판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장자의 생각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인류가 현재 처한 상황이나 지향하고 있는 방향에서 볼 때 대부분 실현 불가능한 꿈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볼 때 그의 지적은 정확했고, 또 여러 가지 면에서 그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저자인 김갑수 교수는 “문명을 몽땅 내버리거나 외면하고 살 수는 없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타고난 자연성이나 자유가 구속되고 자신이 외물, 즉 욕망이나 이념·도덕·제도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되어 이리저리 끌려 다니거나 심리적 평형을 잃을 정도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우리도 동의할 수 있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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