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00대 기업 중 117개사 경영상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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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000대 기업 중 117개사 경영상태 ‘빨간불’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5.11.1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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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200% 이상·영업손실·당기손실 ‘3대 악재’로 위험 경고등
 

국내 2000대 기업 중 6% 수준인 100개사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까지 모두 기록해 심각 단계 수준의 경영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보다 기업 경쟁력이 더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국내 2000대 기업 위험 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왔다고 18일 밝혔다.

조사 대상 2000대 기업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상장·비상장사 중 매출 기준이며 금융업은 제외됐다.

조사 결과 작년 한 해 국내 2000대 기업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잠재적 위험 요소가 높은 기업군은 295개사(14.8%)였다.

보편적으로 제조업 등의 부채비율은 200% 이하가 돼야 재무구조가 건전한 것으로 평가한다.

 

앞서 295개사 중 재무구조가 다소 불안정한 부채비율 200~300% 미만 기업 수는 108곳이었고 금융비용이 순이익을 깎아 먹는 수준인 300%대 기업은 56개사였다. 기업이 존립하기 위태로운 부채비율 400%를 넘는 고위험 기업도 93개사나 됐다. 자기 자본이 아예 잠식된 기업도 38개사였다.

295개 기업의 부채총액은 270조원인 반면 자본총액은 70조원에 그쳐 이들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384%나 됐다. 앞서 기업들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315조원으로 2000대 기업 전체 매출액 1603조원의 19.7%나 됐다. 직원 수는 21만6907명으로 전체 직원 수 160만3548명의 13.5%였다.

매출별로는 5000억원 이상 대기업 76개사, 2000~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 39개사가 포함됐다. 1000억원대 이하 중소기업은 180개사로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45개사로 최다였다. 전자업체도 41개사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무역·유통업 28개사, 기계 23개사, 자동차 17개사, 전기·철강 각 14개사, 화학 13개사, 해운·항공 9개사 등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 대상 2000대 기업 중 지난해 영업손실을 본 곳은 494개사(24.7%)였다. 5개사 중 1개사 꼴로 헛장사를 한 셈이다. 영업이익은 올렸지만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616개사(30.8%)으로 더 많았다.

 

2000대 기업 중에서도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등 3가지 악재를 모두 기록해 위험 경고등이 켜진 기업 숫자는 작년 한 해만 117개사나 됐다. 금융권과 국가경제에 위험 요소가 높은 기업들이 여기에 다수 포함됐다.

이들 기업의 총 매출액은 78조원 규모로 2000대 기업 전체 매출액의 4.9% 수준이다. 여기에 포함된 직원 수는 4만7290명으로 2000대 기업 전체 직원 수의 2.9%다. 앞서 117개사의 작년 한 해 영업적자액 규모는 3조4839억원이었고 당기손실액만도 8조3053억원에 달했다.

117곳을 매출별로 살펴보면 5000억원 이상 대기업 18개사, 2000~5000억원 중견기업 15개사로 파악됐다. 매출 1000억원대 이하 중소기업은 84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들 기업의 부채총액은 53조3944억원이지만 자본총액은 10조490억원에 불과해 평균 부채비율은 508%에 육박했다. 특히 앞서 부채 금액 중 71.7%인 38조원은 매출 50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부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22개사로 가장 많이 속했고 전자 업종은 17개사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기계 11개사, 무역·유통업 및 철강 각각 7개사, 화학 6개사로 나타났다. 자동차도 4개사가 포함됐다.

앞선 조사와 별도로 국내 상장사의 부채비율 흐름은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359.1%였지만 지난해는 173.3%로 수치상으로는 크게 떨어졌다. 제2의 외환위기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만도 아니다. 지난 2012년 부채비율 145.0%를 기록한 이후 부채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상장사 부채비율은 176.2%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176.9%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부채비율보다 심각한 것은 국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쟁력은 지난 1996년보다 더 나빠졌다.

IMF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6년 국내 상장사 중에서 영업·당기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각각 10.5%, 18.6%였다. 반면 지난해 영업 손실을 본 기업 비중은 23.8%로 2배 이상 높아졌고 당기손실을 기록한 기업도 28.4%로 급증했다. 기업 10곳 중 3곳은 회사에 이익은 고사하고 빚만 더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업 경쟁력 약화가 지속될 경우 기업 자력으로 생존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 결국 외부 금융 자금을 수혈 받아 연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는데 외부 자금 수혈에도 기업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을 경우 금융권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게 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경제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오게 하는 위험 요소를 줄여 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경쟁력이 상실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매각 및 합병 작업을 하거나 구조조정 등을 실시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 소장은 “기업 구조조정 등을 실시해야 할 기업은 숫자 면에서는 중소기업이 많지만 실질인 부채 규모와 기업부실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대기업이 더 크다”며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실시해야만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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