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감시 기계로 전락한 인터넷…인류 문명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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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감시 기계로 전락한 인터넷…인류 문명 위협
  • 김윤태 기자
  • 승인 2014.03.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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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펑크』…“약자에게 프라이버시를, 강자에게 투명성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혁명에 인터넷이 도화선 역할을 하면서 이에 대한 탄압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사회 전반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인류의 문명은 갈림길에 섰다. 한쪽에는 “약자에게 프라이버시를, 강자에게 투명성을” 촉진하는 미래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는 우리 모두의 권력을 암약하는 정보기관들과 그들의 다국적 기업 동맹군에 넘겨 버리는 인터넷 세상이 도사리고 있다.

‘사이퍼펑크’란 이러한 대규모 감시와 검열에 맞서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강력한 암호 기술을 대대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창하는 활동가들을 말한다.

1990년대 이래로 사이퍼펑크 운동의 중심인물로 활약해 온 위키리크스의 편집장 줄리언 어산지는 동료 사이퍼펑크들과 함께 한때 해방을 위한 최고의 도구였던 인터넷이 전체주의의 가장 위험한 조력자로 변신한 과정을 낱낱이 폭로했다. 또 인터넷 디스토피아의 도래를 막기 위해 힘을 모아 함께 싸워 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어산지의 경고는 더욱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인 개인 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함으로써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바 있다.

사람들은 비로소 감시 사회의 대두와 개인정보 암호화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다. 줄리언 어산지와 그의 동료 사이퍼펑크들이 던진 경고의 말들은 마치 선지자의 예언처럼 속속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모든 의사소통은 감시당하고, 영구적인 기록으로 남고 끝까지 추적당할 것이며 사람들은 모든 상호 관계 속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식별당하며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지난 10년 동안 벌어진 주요한 변화이며, 사실 우리는 이미 그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줄리언 어산지)

어산지는 국가와 기업이 대규모 감시와 검열을 벌이고 있는 현재의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세계 문명은 포스트모던 감시 디스토피아로 전락하게 될 것이며 첨단 기술을 이해하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어산지의 말에 따르면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러한 디스토피아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디어와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 다니는 인터넷 세상에 독재 권력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할까? 어산지는 그렇다고 단언한다.

인터넷은 물리적 기반 위에 존재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흐름은 해저에 깔려 있는 광케이블, 머리 위를 떠다니는 위성, 뉴욕에서 나이로비까지 수많은 도시의 건물들 속에 설치된 컴퓨터 서버에 토대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의 물리적 기반을 장악하면, 즉 정보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 그 권력은 사실상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

“칼을 둔 군인이 아르키메데스를 죽였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군인들이 서구 문명의 정점에 떠 있는 플라톤 왕국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를 뺏는 쪽과 뺏기는 쪽 사이의 권력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산지와 그의 동료 사이퍼펑크들은 이러한 전체주의적 대규모 감시 사회의 도래를 막기 위해 암호 기술을 대대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장한다.

그럼으로써 국가 권력의 대규모 감시와 검열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요새를 구축하고 물리적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새로운 영토를 창조하자는 것이다.

암호화 기술은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초강대국의 모든 자원과 정치적 의지를 동원해도 해독해 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보는 어산지는 사람들 사이의 암호화 경로들이 서로 맞물리면 국가의 강제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산지에 따르면 암호 기술은 “비폭력적인 직접 행동의 최종적인 형식”이다.

“결국 그들이 해외 정보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저는 그날 저녁 뷔페 자리에서 그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비밀 유지에 그토록 신경 쓰는 이유가 뭐죠?.’ 그들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변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그 속도를 늦추는 거죠.’ 사람들의 이해를 저해함으로써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 이것이야말로 정보부의 핵심 임무죠. 정보를 비밀로 숨긴다는 것에는 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규모를 제한하고, 그럼으로써 변화 과정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앤디 뮐러마군 유럽 디지털권리 공동설립자)

권력자들의 관점에서 인터넷을 보면 지난 20년은 실로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권력자들에게 인터넷은 일종의 질병이었다. 현실과 변화의 흐름을 통제하고, 이를 통해 대중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능력을 제한하는 자신들의 위력을 인터넷이 지속적으로 약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이에 맞서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정보를 걸러 내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대규모 감시와 검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한 전면적인 감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대규모 감시 기술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는 반면 감시에 드는 비용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인구 규모는 25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고 있지만 감시 기술은 18개월마다 두 배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1000만 달러만 있으면 중간 규모의 국가에서 대규모 감시 데이터를 영구히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감시 비용은 크게 낮아졌다.

카오스 컴퓨터 클럽이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한 해 동안 독일에서 발생하는 모든 통화 내역을 고품질 파일로 저장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실제로 800만 유로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적 감시 사회로 넘어가게 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물론 국가의 감시와 검열에 합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감시 도구들을 활용해 범죄자들을 추적하고 수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철저하게 법률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감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누구도 그러한 기술을 통제할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와 정보기관들은 대규모 감시를 정당화하기 위해 여러 핑계를 대고 있는데, 이른바 정보 계시록의 네 기사가 대규모 감시에 대한 저항을 무력화하는 데 주로 이용되고 있다. 아동 음란물, 테러, 돈세탁, 마약과의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어산지가 “휴대전화는 통화를 할 수도 있는 일종의 추적 장비”라고 말할 정도로 감시는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다. 누군가가 휴대전화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통화 시스템이 일순간 감시 장비로 둔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ZTE 같은 중국 통신 장비 업체들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원조하고 있는 광섬유 케이블과 백본 스위치 같은 인터넷 기반 시설은 공짜가 아니다. 돈을 대가로 요구하지는 않지만 그 대신 데이터를 받는다. 사실상 데이터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화폐다.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와 공개 사이의 경계선을 흐리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볼 수 있도록 해놓은 정보까지 저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든 간에 일단 페이스북에 정보를 공개하면 여러분은 가장 먼저 페이스북에 그 정보를 제공했다가 그 다음으로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접근을 허용하는 셈입니다.” (제레미 지메르망 유럽 라 카드라튀르 뒤 네트 공동설립자)

국가만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며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이 감시와 개인 정보 수집의 대상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기업들은 당신이 누구와 대화를 나누는지, 무엇을 검색하는지, 성적 취향은 어떤지, 어떤 종교적, 철학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구글은 잘 알고 있다. 구글은 당신에 대해 당신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몇 년 전에 검색한 내용을 당신은 잊어도 구글은 잊지 않는다. 그 내용을 영구히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간의 경계선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위키리스크 대배심 수사에서 사용자들의 데이터 제출을 요청했을 때 구글은 결국 정부의 말에 따랐다. 미국 법원은 사람들이 제3자에게 개인 정보를 기꺼이 제공했을 때 인터넷상에서 프라이버시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구글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모두 제3자에 해당한다. 사실상 누구든 제3자가 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이러한 기업들은 민영 비밀경찰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보다 저렴하게 가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국제 데이터센터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데이터를 미국의 사법 관할권으로 넘겨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의 통제를 표준화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거대한 서버 집단들이 하나의 공간으로 몰려들고 있다. 경제 전쟁에서 집중화 방식이 갈수록 우세를 점하고 있다. 집중화된 유통 방식이 지역의 영세 상인들을 죽이듯이 말이다.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권위에, 그리고 그 시스템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하려고 들기 때문이죠. 그들이 시스템의 핵심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말입니다.” (제이컵 아펠바움 독일 베를린 카오스 컴퓨터 클럽 및 토르 프로젝트 개발자)

인터넷은 우리 모두의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고 개인적인 삶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이 지금 인터넷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군 정보기관들이 끼어들어 우리의 통화 내용을 엿듣고 있다. 우리의 개인적인 삶이 무장 지대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이 계엄령 시대처럼 군사화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감시에 대처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인터넷이나 휴대 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개인의 사회적 영향력은 줄어들고 활동 반경은 좁아진다. 이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인터넷은 전체주의의 가장 위험한 감시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그것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보편적 인터넷은 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보다 효과적인 지식 공유, 그리고 정치 및 민주적인 절차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보편적 인터넷을 지켜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간에 권력이 보편적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제약하려고 하면 인터넷 세상의 일부가 아닌 전체가 영향을 받고, 결국 그것은 인류 전체에 대한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유토피아가 오직 한 가지 형태만 존재한다면 그런 유토피아는 제게 디스토피아와 다름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유토피아에서는 상호 작용의 시스템과 모델은 다양해야 합니다.”

어산지의 이 말에는 인터넷의 바람직한 미래상이 온전히 담겨 있다.

인터넷은 한편으로 대규모 감시의 도구로 이용돼 전체주의적 디스토피아의 가장 위험한 조력자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양한 상호 작용의 시스템과 모델이 작동하는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수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암호 기술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변혁을 도모하는 이들을 의미하는 사이퍼펑크 활동가들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보편적 인터넷이라는 이상을 위해 사이버 공간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하는 사이퍼펑크 전사들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약자에게 프라이버시를, 강자에게 투명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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