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의 한자에 담긴 우주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천자문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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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개의 한자에 담긴 우주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천자문 인문학』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2.1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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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고 있지만 또 모두가 모르는 게 ‘천자문’이다.

한자 공부의 기초교재 정도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천자문은 1000개의 한자를 나열한 초보적 수준의 한자 학습서가 아니라 여덟 글자로 이루어진 125개의 한문으로 구성된 인문서다.

한자 하나하나만을 따로 떼어내 외우는 게 아니라 125개 문장의 내용과 의미를 이해하며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순조실록』 17권에는 영의정 김재찬이 왕세자의 공부에 대해 “앞으로 공부할 것은 모두 천자문에 바탕하는데, 이것을 배우지 않는다면 참으로 곤란합니다”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이는 왕세자의 공부가 천자문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천자문은 옛사람들에게 인문과 고전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에 해당하는 책이었다.

영의정 김재찬이 왕세자에게 천자문을 가르치고자 한 것 역시 단순히 1000개의 한자를 가르치기보다 천자문을 통해 동양고전의 기본기를 다지게 하기 위함이었다.

신간 『천자문 인문학』(다산초당)의 저자인 고전연구가 한정주 씨는 “천자문은 한자를 익히는 것을 넘어서 한문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고 고대 동아시아의 문명과 신화, 중국 역사의 탄생과정을 알 수 있는 대서사시”라고 말한다.

실제 125개의 한문으로 이뤄진 천자문에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시경』, 『역경(주역)』 등 3500년 동양철학 사상 최고의 고전이라고 불린 사서삼경(四書三經)의 내용까지 함께 녹아있다.

때문에 저자는 125개 문장에 우주의 섭리와 인간의 지혜를 담아내고 있는 천자문을 동양철학의 정수를 총망라한 고전이자 인문서라고 말한다.

 

동양의 역사, 철학, 윤리, 인물, 지리, 과학 등 자연현상부터 인간의 도리에 이르는 각종 사상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 즉 ‘하늘은 검고 땅은 누러며 우주는 넓고 거칠다’는 천자문의 첫 문장에는 고대인들이 하늘과 땅, 우주가 열리는 창세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지고 있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에 6세기경 주흥사에게 천자문을 만들도록 하명한 양나라의 황제 양무제도 완성된 천자문을 보고 “1000자 안에 우주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가 다 들어 있구나”라고 감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책은 천자문의 125개 문장을 12가지 주제로 나누어 현재적 시각으로 재구성해 인문과 고전의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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