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 달러 규모의 테러 경제…“돈줄을 추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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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5000억 달러 규모의 테러 경제…“돈줄을 추적하다”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4.04.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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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자본의 핏빛 그림자, 테러』
▲ 테러조직에 무기를 불법 판매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 '로드 오프 워'의 한 장면

냉전부터 데탕트를 거쳐 동구권 붕괴와 냉전 종식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는 여러 이름으로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

정치․종교적 존엄성을 위한 테러이든 생존을 위한 테러이든 강대국이 사주한 테러이든 상관없이 이들 모든 테러는 ‘돈’을 필요로 한다.

자금 조달 시스템과 각종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그 ‘돈’을 움직이기 위해 형성됐다. 이 같은 시스템과 네트워크는 테러와 경제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신간 『자본의 핏빛 그림자, 테러』의 저자 로레타 나폴레오니는 이를 일컬어 ‘테러의 신경제’라고 칭했다. 그리고 경제와 철저히 유착된 현대적 의미의 테러, 즉 모던 지하드의 진상을 파헤친다.

신자유주의가 고도화되고 있는 현대의 정치, 사회, 문화, 종교는 물론 테러에 달라붙은 자본의 핏빛 그림자를 낱낱이 보여준다.

2003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결국 이 전쟁은 원유에 대한 미국의 욕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 시작 전 미국은 9․11테러를 당했고, 바로 이듬해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즉 자신들이 지원했던 세력에게 테러를 당한 미국은 그 테러를 이용해 가짜 명분을 내세우고 원유 확보를 비롯한 자신들의 진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탄을 퍼부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테러의 신경제’다.

여기서 말하는 신경제는 기존의 정보통신기술 혁명이 만들어낸 경제 개념이 아니라 21세기에 들어 생겨난 지정학적 대변동에 따른 경제적 의미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나폴레오니는 근 50년에 걸쳐 발전한 테러와 이것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경제적 개념들을 아울러 테러의 신경제라고 말한다.

현재 세계는 미국과 영국 등의 서방과 중동, 남미 등의 제3세계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테러가 생성하고 발전하던 시기는 물론 부시가 ‘테러 근절’을 외치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에조차 테러에 관한 한 서방과 이슬람은 한통속이었다.

미소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그들의 대리전을 자신들의 국경 바깥 제3세계 사람들에게 테러라는 형태로 사주했고 필요한 경우 기술과 자금을 아낌없이 대주었다. 이 과정에서 정치․사회․종교적인 대립이 교묘하게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자 많은 테러 조직은 생존을 위해 무기를 들어야 했다. 이것이 ‘테러 민영화’의 시작이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조직은 PLO처럼 거대한 의사국가를 형성하게 되었고 그러지 못한 조직은 사라져갔다.

이제 PLO와 하마스 같은 테러 단체들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들은 조직을 ‘경영’하기 위해 수많은 합법․불법적 경제 수단을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이렇게 발전한 테러 경제의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영국 GDP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테러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서방과 이슬람의 과두 체제들이 돈과 권력과 지역에서의 패권 유지를 위해 얼마나 잔인하게 폭력을 사용하며 또한 그것을 어떻게 교묘하게 은폐하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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