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의 공간과 경계에 대한 사유…임노식 첫 개인전 ‘안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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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의 공간과 경계에 대한 사유…임노식 첫 개인전 ‘안에서 본 풍경’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5.0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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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 19일부터 신진작가 6명 전시회 잇달아 개최
▲ 안에서 본 풍경1, 2016, acrylic on canvas, 250x890cm

OCI미술관이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2016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YOUNG CREATIVES)’의 선정 작가 6인의 전시를 오는 19일부터 8월21일까지 연달아 개최한다.

개인전 개최 방식으로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올해 박석민, 오세경, 우정수, 이은영, 임노식, 임현정 등 총 6명의 작가가 작품을 선보인다.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는 창작스튜디오와 함께 OCI미술관이 국내 작가들의 미술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연례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되는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 작가에게는 1인당 1000만원의 창작지원금과 이듬해 OCI미술관에서 개인전 개최의 기회가 주어진다.

평균 50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올해 7회째를 맞이해 지금까지 총 49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올해 첫 개인전의 주인공은 만 26세 젊은 작가 임노식의 ‘안에서 본 풍경’으로 19일부터 6일12일까지 OCI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온 목장을 배경으로 공간과 경계에 대한 사유를 펼쳐나간다.

빙 둘러 울타리가 쳐져 있는 목장은 젖소를 사육하고, 우유를 생산하는 삶의 터전인 동시에 분업화되고 특수화된 사회적 공간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테두리가 없는 자연과 달리 사회의 경계에서는 경제적 효용성의 추구뿐만 아니라 육체적 구속과 심리적 순응이 함께 작동한다.

어느 사이엔가 안팎을 가르고 특정 공간에서는 특정 행위, 즉 착유실에서는 우유를 짜고, 급여기에서는 적정량의 사료를 공급받아먹는 이미 공간의 구획에서부터 질서와 규율이 결정되어 버리기도 한다.

명확한 경계의 설정은 기능적 배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배와 피지배, 관찰과 피관찰, 보호와 피보호의 관계를 형성한다. 모호함과 불명료함을 배척하는 경계 설정에서 어느 쪽이 안이고 어느 쪽이 바깥인지 판단하지 못한 채 작가는 희뿌연 풍경을 먹먹하게 그려낸다.

무려 폭 9미터에 가까운 대작(大作)으로 전시장의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안에서 본 풍경 1’은 목장의 전경을 보여주는 한편 이번 전시의 출품작 중 유일하게 젖소가 그려져 작업의 배경을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캔버스에 아크릴릭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원경 중경 근경의 레이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작가가 전공한 동양화의 기법이 드러난다.

▲ 착유실1, 2016, acrylic on canvas, 193x132cmx2pcs

작품의 제목을 보지 않으면 어떤 장소를 그린 것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급여기’와 ‘착유실1’은 목장에서 마주치는 문을 그린 것이다. 금속 파이프라인이 성글게 이어진 문은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꽉 막힌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막상 그 안으로 한 발자국 몸을 들이면 문이 닫히면서 칸 안에 갇히어 자동으로 공급되는 사료를 먹은 후 되돌아 나오거나, 젖(우유)을 짠 후 앞으로 나아가면 빙그르르 회전하며 다시 목장으로 나오게 돼 제 발로 걸어 들어갈지라도 실상은 그 틀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스템으로 통제된다.

소의 생존을 위한 환경이자 행동이 제약되는 굴레이기도 한 목장의 구석구석을 그리며 작가는 때로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자신의 자아를 투영하며 경계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김질한다.

어느 겨울날 작가는 목장을 에둘러친 250볼트 전기라인을 넘어 탈출하는 소 한 마리를 보았다. 강제적인 착유와 임신, 사육되는 환경에서 도망친 소는 그다지 멀리 가지도 않은 채 목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몇 시간 만에 다시 울타리 안으로 폴짝 넘어와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임노식은 안과 밖이 절대적이지 않으며 경계란 공간적 사실이 아니라 자의적 구분이라는 나와 타자 혹은 나와 사회의 관계 역시 그러할 수 있겠다는 의문을 품는다.

이에 작가는 소의 입장에서 소가 바라보는 목장의 풍경을 스냅사진처럼 스케치한다. 섣부른 감정이입과 가치판단을 유보한 채 무채색으로 칠해진 풍경은 소의 시선인 동시에 경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의식이다.

‘착유실2’, ‘착유실3’과 같이 구석진 모퉁이와 공간의 분할로 향하기 시작한 작가의 관점이 향후 어떻게 발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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