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거짓·실재와 허구의 경계에 던지는 질문”…박석민 개인전 ‘New satellite-모형 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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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실재와 허구의 경계에 던지는 질문”…박석민 개인전 ‘New satellite-모형 궤도’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6.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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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rbit, 2016, 캔버스에 유채, 180x200cm

OCI미술관이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2016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YOUNG CREATIVES)’의 선정 작가 6인의 전시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개인전 개최 방식으로 열리는 전시회는 올해 박석민, 오세경, 우정수, 이은영, 임노식, 임현정 등 총 6명의 작가가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전시회는 임노식·우정수 작가에 이어 오는 23일부터는 박석민 작가가 바톤을 받는다.

‘New satellite-모형 궤도’로 이름 붙여진 박석민 개인전에서는 독특한 건축적 구도와 색채가 돋보이는 회화 15점이 감각적인 공간 연출 안에서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작가가 도시 공간들을 탐색하면서 얻은 시각적 파편들과 일상의 궤적들을 자유롭게 조합해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들을 의미한다. 반듯한 도시의 얼굴들은 적나라하게 해부되거나 전혀 다른 시공간의 형상들로 결합돼 우리가 가보지 못한 ‘우주의 공간’과 같이 탈바꿈된다.

▲ Event field, 2016, 캔버스에 유채, 224.4x162.2cm

약 4m길이의 화폭에 거대한 극장을 담은 전시장 정면의 작품 ‘Phantom pain’을 시작으로 관람객들은 초현실적 구조물처럼 연출된 전시장을 걸으며 마치 미지의 우주를 여행하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가 만든 ‘모형 궤도’에는 파편적인 건축물, 철골, 일상의 오브제 등이 다시점으로 얽히고설켜있다. 보는 이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공간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복잡다단한 화면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모형궤도’에서는 비뚤어진 천장과 바닥의 위치로 상하 좌우의 구분이 어려운데 산재해있는 박스 등 일상의 오브제들이 도식적이고 파편적으로 등장해 초현실적 공간의 느낌을 가중한다.

▲ 모형 궤도, 2016, 캔버스에 유채, 162.2x112.3cm

작가는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의 초현실적인 공간을 통해 밋밋하고 건조한 도시인들의 일상적 동선들을 전복해 정해진 길만을 가도록 종용받는 현대인들의 도시 공간을 무너뜨린다. 화면을 유영하는 공간의 조각들은 끊임없이 해체하며 동시에 자유롭게 결합하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린다.

‘Back room’과 같은 작품에서 역시 건축물을 마치 박스를 자르고 펼치듯 해체적으로 표현해 구조물의 실내와 실외의 구분까지 모호하게 만들었다. 보는 이들의 궁금증은 극대화된다.

▲ Back room, 2016, 캔버스에 유채, 70x10c

특히 작품에 꽃이나 나무와 같은 자연물을 의도적으로 그리지 않거나 자연과 비슷한 색채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작가가 만들어낸 인공의 세계, 현실 너머의 공간임을 강조한다.

박석민의 작품들은 개별적인 의미보다는 전체적인 작품을 아우르는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작품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스스로 공간을 확장한다.

“손 끝에 뇌가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며 자동 기술적으로 자유롭게 직관을 풀어내는 작가의 작업 방식도 이와 연관이 있다.

강렬한 흑백의 공간을 담은 대표 작품 ‘공중 감각’은 전시장의 핵심 동선에 와이어로 연출돼 설치된다. 구조물에 불안하게 서있는 작품 속 남자의 시선은 전시장을 장악하며 관람객과 마주한다.

▲ 공중 감각, 2016, 캔버스에 유채, 148x258cm

지붕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장소에 대한 내면의 괜한 두려움은 진부한 시각을 벗어나 작가만의 새로운 에너지를 갖도록 했다. 이는 박석민 작품에서 인물의 불안한 응시, 한 시점에 정착하지 않는 감시자의 시선으로 잘 드러난다.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한 인물들은 공간에 정착하거나 공간을 정복한 존재가 아니라 공간을 부유하는 탐색자들이다.

작품 ‘Quiet play’와 ‘부랑자’를 비롯해 거의 전 작업에서 등장하는 빛은 작품 안에서 한 방향을 비추거나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기도 하면서 사회·정치적 사건이나 이슈들을 암시한다. 반사되고 굴절되는 빛은 진실이 아닌 것에 집중하고 믿는 우리의 모습을 상기시키고 진실과 거짓,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 질문을 던진다.

▲ 부랑자, 2015, 캔버스에 유채, 100x7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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