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태 악화’ 레이젠 주가 3거래일 만에 63% 급등…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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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태 악화’ 레이젠 주가 3거래일 만에 63% 급등…이유는?
  • 박철성 칼럼니스트·다우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6.10.10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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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증시 핫 키워드] 유상증자·사채발행 통한 ‘돈 찍어내기’…산술적 수익률 99.29%
▲ 레이젠 경북 칠곡 본사 전경. <사진=레이젠 홈페이지>

[박철성의 증시 핫 키워드] 유상증자·사채발행 통한 ‘돈 찍어내기’…산술적 수익률 99.29%

16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둔 코스닥 상장사 레이젠(047440, 대표 정준기)의 주가가 3거래일 만에 63%나 급등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이젠의 지난 5일 기준가는 2130원이었다. 전일 종가 2605원보다 475원이 내린 가격이었다. 유상증자로 인한 권리락 때문이었다.

이날 레이젠은 상한가(29.81%)를 기록했다. 이튿날인 6일 레이젠의 고공행진은 계속됐다. 9.22%가 상승한 3020원에 마감했다.

이어 7일 장중 고점 3470원을 기록했다. 고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거래일 동안 62.91%의 급등이었다.

▲ 레이젠의 주가가 급등했던 3거래일의 30분봉 그래프. <사진=키움증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이처럼 레이젠의 주가를 끌어올린 주체는 누굴까. 개인투자자일까. 아니면 외국인·기관이었을까.

이 3거래일 동안 기관·외국인은 팔았고 개인은 샀다. 개인은 32만9621주, 11억원 규모를 순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레이젠 급등의 주체는 개인이었다.

기가 막힌 호재라도 있었던 것일까. 이를 알고 개인투자자끼리 의기투합해 레이젠의 급등을 견인했을까.

이 3거래일 동안의 총 거래량은 2749만여주, 거래금액도 무려 82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일 2750~2765원(상한가)까지 총 195만7867주가 체결됐다. 거래대금은 54억원 규모였다. 천문학적 숫자의 자금이 투입된 거래였다.

레이젠의 급등 에너지는 막대한 자금력이었다. 누군가로부터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자금력의 방향성도 우상향으로 일치해야 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굴까. 평범한 일반 개미들이 힘을 합쳤을까. 그들이 요즘 유행하는 단체 카톡 방을 통해 레이젠의 급등을 견인했을까. 금감원이 노려보는 배경이다.

▲ 레이젠은 최근 주가급등과 관련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답변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결국 6일 거래소는 ‘최근 레이젠에 현저한 주가급등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일종의 경고인 셈이었다.

이에 대해 레이젠은 7일 최근 주가급등과 관련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답변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면서 “다만 2016년 8월30일 이사회에서 승인된 유상증자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레이젠이 공시로 답변했던 7일 주가는 장중 고점 3470원을 찍고 저점 2820원, 종가 2840원(-5.96%)으로 마감했다. 이날 저점과 고점의 격차는 650원, 21.59%의 등락폭을 기록했다.

결국 고점에 물렸던 무고한 개인투자자들만 또 희생양이 됐다. 이날 레이젠은 일봉 그래프에 위 꼬리가 긴 음봉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전날 경고성 조회공시로 인해 예견된 음봉 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 레이젠의 신주발행 공고

지난 8월30일 레이젠은 공시를 통해 “207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주 113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유증’이고 청약일은 11월9일~11월10일 오후 2시까지라고 했다.

그 후 9월30일 레이젠은 정정공시를 했다. 유증 자금을 161억원 규모로 축소한 것이다.

유증 규모 축소까진 좋다. 문제는 레이젠의 재무 상태가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금 부족 현상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레이젠이 “유증 자금 조달은 ‘단기차입금 상환 등 운영자금’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갈수록 늘어나는 단기차입금비율이 레이젠의 발목을 잡고 있다.

레이젠의 단기차입금비율은 2011년 20.1%였던 것이 2016년 2분기에는 64.8%로 세 배가 넘게 급증했다.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레이젠은 207억원 규모의 유증 대금을 수출입은행(71억원), 산업은행(54억원), 하나은행(33억원), 신한은행(36억원), LG디스플레이(12억원) 등의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유증 자금이 고스란히 단기 차입금을 갚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물론 빚을 갚아 재무구조가 개선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곶감 빼먹기 식이라는데 있다.

▲ 레이젠은 M&A 이튿날, 특정 3인에 대한 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7회 차) 발행을 공시했다. 그 후 정정공시를 통해 그 규모를 축소했다. <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 정준기 대표 부임 다음날 5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

레이젠은 지난 5월30일 M&A를 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을 맺은 것. 그리고 이튿날 대표이사가 정준기(전 유한정보시스템 대표)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새 술 새 부대였다.

정 대표 부임 다음날 첫 번째 공시가 나왔다. 특정 3인에 대한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7회차) 발행이었다. 용도는 운영자금. 그 후 몇 차례의 정정 공시를 통해 현재는 전환사채 발행 규모가 25억원으로 줄었다.

그리고 레이젠은 지금 161억원 규모의 유증을 진행 중이다.

▲ 레이젠 일봉 그래프. M&A 이후 주가는 하락했고 유증을 앞두고 급등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키움증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레이젠이 사채발행이나 유증을 통한 일명 ‘돈 찍어내기’가 이걸로 끝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현재 레이젠으로선 달리 자금을 만들 방법이 없다. 따라서 ‘돈 찍어내기’가 이제 서막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레이젠의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억4000만원이었다. 상반기 투자활동 현금흐름으로 44억9000만원이 유출됐다. 그러나 재무활동 현금흐름으로 9억원의 유입에 불과했다. 역시 제 살 깎아 먹기였다.

지난해 말 레이젠의 현금성 자산은 155억원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말 101억원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더욱이 1분기 이익잉여금이 138억6000만원. 2분기 들어 이마저도 65억8000만원으로 절반가량이 줄었다.

▲ 레이젠 재무제표,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레이젠은 증권 신고서를 통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6년 반기 약 546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755억원 대비 27.7% 감소했다”면서 “이는 모바일용 BLU 및 LGP 매출 감소에 따른 것이며 생산량 감소로 인해 매출원가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2016년 반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은 -8.8%를 나타내고 있으며 순이익률은 -12.5%로 2013년 이후 가장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인다”면서 “지속적인 영업 손실은 재무적인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레이젠의 이자보상배율이 악화 일로에 빠졌다. 투자자들로선 근심의 골이 깊어만 간다. <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 잠재적 부실기업…“벌어서 이자도 못 낸다”

레이젠의 이자보상배율만 봐도 악화 흐름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수입 가운데 얼마를 이자비용으로 쓰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이는 회사의 영업 및 부채 상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는 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 지표다.

레이젠의 이자보상배율은 2013년 -1.6배, 2015년 -1.2배를 기록했다. 그런데 2016년 1분기 -6.4배, 2분기 -8.9배로 급격하게 악화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크다는 것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이 금융비용을 지급하고 남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금융비용(이자) 조차 지급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레이젠의 상황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잠재적 부실기업인 것이다.

결국 자금의 외부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레이젠이 반드시 진행 중인 유증에 성공해야만 하는 배경이다.

▲ 지나치게 높은 매출 원가가 레이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 “폭스콘과 파트너십 하지 않는다” 백지화

한편 레이젠은 지난 7월14일 샤프전자를 인수한 대만 폭스콘과 손을 잡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조만간 폭스콘 관계자들이 직접 방한해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면서 “이 관계자들은 국내 대기업과도 협력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레이젠이 대만 폭스콘과 OLED 생산설비 구축을 위한 장비 납품 및 R&D 관련 협력 체제를 구성하기로 협의했다는 것.

이에 대해 레이젠의 유충천 상무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폭스콘과의 파트너십은 일단 하지 않는다”면서 “계속 접촉은 하고 있지만 언제 될지 모르겠고 확답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선 백지상태라는 것이다.

또 유 상무는 “이번 유증이 성공하면 좋겠다”면서 “유증 자금은 금융부채 상환에 들어갈 예정이고 그것만 해결되면 상황이 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레이젠의 높은 매출원가는 LG 휴대폰 모델의 좋지 않은 실적으로 기회비용이 큰 부담 때문”이라면서 “내부적으로는 제품 생산 시 양품 대비 불량이 많다는 게 대량 생산의 문제점인데 해법을 지속해서 찾아가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의 주가 급등 조건이라면 레이젠의 유증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번 유증의 1차 발행가액은 1주당 1425원. 7일 종가 기준으로 레이젠의 주가는 2840원이다.

산술적 수익률 계산상 +99.29%. 반값에 살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레이젠 유증 청약자는 청약 한도 주식 수의 20%를 추가로 청약할 수 있다. 여기에는 유증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겠다는 경영진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

따라서 향후 레이젠의 그래프가 어떤 방향으로 무슨 색으로 채색될지, 금감원과 사정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관리 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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