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자야·영군·남양 지방 모씨 집안의 재산을 둘러싼 길흉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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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자야·영군·남양 지방 모씨 집안의 재산을 둘러싼 길흉화복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7.26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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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⑭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⑭

[한정주=역사평론가] 益智書云(익지서운) 寧無事而家貧(영무사이가빈)이언정 莫有事而家富(막유사이가부)요 寧無事而住茅屋(영무사이주모옥)이언정 不有事而住金屋(불유사이주금옥)이요 寧無病而食麤飯(영무병이식추반)이언정 不有病而服良藥(불유병이복양약)이니라.

(『익지서』에서 말하였다. “차라리 가난해도 아무 사고 없는 집안이 될지언정 부유하면서 탈 많은 집안이 되지 말라. 차라리 초가집에서 아무 사고 없이 살지언정 금으로 치장한 집에서 숱한 사고를 겪으며 살려고 하지 말라. 차라리 거친 밥을 먹으며 병 없이 살지언정 병들어서 좋은 약을 먹으려고 하지 말라.”)

여기 『익지서』의 경구에는 가난하지만 깨끗하고 도리를 즐기는 삶을 추구하는 ‘청빈낙도(淸貧樂道)’의 정신이 담겨 있다.

앞서 여러 차례 소개한 적이 있는 안지추의 『안씨가훈』에는 가난하지만 베푸는 삶을 살았던 배자야(裵子野)의 집안과 막대한 재물을 모았지만 탐욕을 멈추지 않았던 업하(鄴下) 지방의 영군(領軍) 그리고 거금을 쌓아두고 산 부자였으나 인색했던 남양(南陽) 지방의 모씨(某氏)의 길흉화복에 관한 일화가 실려 있다.

이들 세 사람을 둘러싼 행복과 불행 그리고 재앙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가난해도 아무 탈 없이 지내는 것이 부유함 때문에 온갖 사건과 사고를 겪는 것 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먼저 배자야는 가난했지만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먼 친척이든 옛 친지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굶주림과 추위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거두어 돌보아 주었다. 흉년으로 먹을 식량이 모자랄 때에도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쌀로 묽은 죽을 쑤어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죽을 먹으면서도 싫어하는 기색을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굶더라도 다 같이 굶고 먹더라도 다 같이 먹었던 배자야의 집안이 어떻게 화목하고 평안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반면 업하의 영군은 탐욕스러워서 닥치는 대로 재물을 모았다. 그의 집안에는 노복이 800명을 넘어서 곧 1000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침저녁으로 한 사람당 한 끼에 15전(錢)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했다. 비록 먼 곳에서 손님이 찾아왔다고 해도 그 이상 지출하지 않았다.

훗날 영군은 불미한 사건에 연루되어 형법에 따라 처벌을 받고 집안의 재산은 몰수당했다. 당시 그의 창고에는 신지도 않은 미투리만 한 창고였고 입지도 않은 헌옷이 여러 창고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재물과 보석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나왔다.

그는 탐욕스럽게 재물을 모았지만 단지 창고에 가득 쌓아 놓았을 뿐 사용해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사람들에게 인색하게 구느라 인심을 잃은 까닭에 형벌을 받고 재산을 몰수당해도 누구하나 동정하지 않은 비참한 꼴을 모면하지 못했다.

또한 남양의 모씨는 집안에 거금을 쌓아둔 부자였지만 성품이 매우 인색했다. 어느 날 딸과 사위가 집에 찾아왔는데 술 한 잔과 고기 몇 점만을 내놓았다. 인색한 부자의 마음씀씀이가 야속했던 사위는 술과 고기를 한 번에 다 먹어버렸다.

부자는 사위의 행동에 당황해하면서 안절부절 못하더니 술과 고기를 더 가져오라고 했다. 이렇게 하기를 두 번이나 하고 나서 자리를 물린 다음 부자는 딸에게 “너의 남편이 술을 좋아하는 까닭에 네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다!”라고 하면서 크게 화를 내고 꾸짖었다.

그런데 부자가 죽고 나자 그가 남긴 거금의 재산을 둘러싸고 여러 아들들 간에 싸움이 일어나 결국 형이 동생을 죽이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가 집안 식구와 이웃 사람들에게 인색하게 굴며 모은 재물 때문에 골육상쟁(骨肉相爭)의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공자 역시 첫째 배불리 먹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 둘째 편안하게 사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 셋째 가난하게 살면서도 즐겁게 여기는 것을 군자다운 삶의 조건으로 꼽았다.

“거친 밥을 먹고 물마시며 팔을 베개 삼아 누워도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다. 의롭지 않게 살면서 부귀한 것은 뜬 구름과 같은 일일 뿐”이라는 것이 공자가 사람들에게 가르친 ‘청빈낙도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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