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한 대 샀는데 아프리카 반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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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한 대 샀는데 아프리카 반군 지원?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8.2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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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 공존하는 대안경제, 자본주의를 대체하다

▲ 1~2년 주기로 새로운 버전의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소비 행위는 지구 반대편의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까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서는 부와 잉여의 극대화를 최대의 가치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유한한 지구의 자원을 약탈하고 노동을 착취하는 행위마저 정당화된다.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무언가를 구매할 때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유통과정 등에 대한 고민보다는 단지 값싼 물건을 사면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는 만족감 정도를 느낄 뿐이다.

소비 욕구에만 초점을 맞출 뿐 물건을 생산한 사람이나 주변 환경 등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1~2년 주기로 새로운 버전의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소비 행위는 지구 반대편의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까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콩고 동부지방에서 생산되는 티타늄, 주석, 텅스텐 등 희귀 광물들이 필요하다. 이 지역 대부분의 광산은 반란군과 민병대가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이 광물을 불법 수출하고, 그 수입으로 전쟁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값싼 티셔츠나 운동화를 구매할 때도 티셔츠와 운동화의 가격이 그 물건을 생산한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말해주지 않는다. 상품의 가격은 그들이 적당한 임금을 받고 있는지, 노동환경은 안전한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서는 타인, 환경, 미래세대 등 타자들과 공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간 『타자를 위한 경제는 있다』(동녘)는 극소수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환경파괴와 자원약탈의 폐해로 얼룩진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대체할 다양한 대안경제 형태를 보여준다.

그리고 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경제를 제안한다. 타자들과 공존하는 경제란 곧 타인과 자연환경, 현세대와 미래세대, 지구의 미래 등 모든 타자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타자들과 공존하는 경제, 타자를 위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저자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바로 경제 탈환이다. 자본주의라는 주류 경제시스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득권 집단으로부터 경제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인도 여성 시나는 빠르게 소비되고 또 무자비하게 버려지는 세계 패션산업과 멀어지기 위해 똑같은 옷 7벌을 번갈아가며 입는 ‘유니폼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시나는 매일 자신의 새로운 옷을 인터넷에 올리고 빈민가 어린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아칸샤재단에 하루 1달러씩 기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세라믹 타일 제조사인 사논의 노동자들은 몇 달간 임금을 받지 못하자 직접 공장을 인수해 ‘파신팟’이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인 지위까지 얻었다.

노동자들이 탈환한 자본주의 기업은 아르헨티나에서만 200여 개에 달한다.

이외에 기존 자본주의시스템의 거래 방식이 아닌 호혜적인 방식으로 돌봄노동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본의 후레아이기푸라는 시간저장시스템과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개인 간 금융의 형태를 보이는 계 모임 등은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대안적 실험들이다.

노동, 기업, 시장, 재산, 금융을 탈환하기 여러 가지 도구들도 소개된다.

노동자의 ‘24시간표’와 ‘행복점수표’ 그리고 노동과 생활의 균형을 확인할 수 있는 ‘균형저울’이라는 도구들이 물질적인 행복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이나 사회적·육체적 행복 등 모든 행복의 요소들을 만족시키면서 노동을 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원산지 목록’과 ‘원산지 타자들과의 네트워크’, ‘윤리적 장보기 점검 목록’ 등의 도구들은 물건을 소비할 때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타자들을 고려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한다.

한국사회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대안경제들이 분야별로 시도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뿌리가 깊지는 않지만 이미 공동체 경제, 협동조합, 공동주택 등 대안경제와 관련된 담론들은 유행처럼 번져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경제를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의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프레임에 따르면 국가나 중앙은행 등만이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일 뿐 나머지 모두는 소비자 역할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런 프레임에서 벗어나 경제의 다양한 형태들, 즉 비자본주의 기업, 소비자 협동조합, 물물교환, 자원봉사 등을 경제라는 프레임 속으로 적극적으로 끌고 들어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때 소비자 역할밖에 할 없었던 시민들이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하나의 주체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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