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을 모방하는 제품들…상품 미학적 소비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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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을 모방하는 제품들…상품 미학적 소비자의 딜레마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9.0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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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쏟아지는 상품의 홍수가 강요하는 소비자의 선택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물건을 사야 하는지를 체득하게 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까지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소비문화가 그것이다.

상황에 적절한 제품을 선택해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감각이 떨어진다는 시선을 받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기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다양하게 변용돼 쏟아져 나오는 제품들을 향해 “쓸모없는 기능의 혹”이라고 비난했던 『소비의 사회』의 저자 장 보드리야르와 달리 예술적 감각과 예절 체계의 습득 정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신간 『모든 것은 소비다』(문예출판사)의 저자인 독일의 미술사학자이자 예술학자 볼프강 울리히는 소비문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여러 소비품들의 현상과 그것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연구하면서 소비문화의 미학적 측면을 평가한다.

울리히에 따르면 과거 그림이나 음악 같은 예술 작품에 감정이 압도당하는 경험을 하고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사람들은 소비품에서 그런 감정을 원한다.

이에 따라 소비품의 과장된 연출이나 화려한 디자인은 더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거짓이 아니라 아름답게 꾸며짐으로써 사람들의 감정을 고양하는 유사 예술 작품을 추구한다.

소비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미학적, 예술적 차원은 경제적, 자본주의적 차원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그러나 소비품이 미적으로나 예절 체계 안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더라도 여전히 부정적 측면은 간과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아 다양하게 세분화된 상황에 맞는 여러 상품을 구매할 수 없는 사람의 경우 계층 간의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고 값싼 제품을 구매해 사용함으로써 그 제품에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게 되고 위축되는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소비문화가 거대해짐에 따라 이 같은 개인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도 등장한다.

 
넘쳐나는 물건 속에서 깨끗한 양심을 지켜줄 상품, 예컨대 환경문제에 기여하거나 공정 무역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정정당당한 기업의 상품을 선택하고자 하기도 하고, 이 같은 윤리적 소비에 대한 반감으로 나쁜 이미지를 선전하는 제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기업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제품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사회를 조장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 책은 소비문화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다각적으로 고찰한다. 인간 교육은 모든 면에서 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실러의 저서 『인간의 미적 교육에 대한 서한』을 이어받아 오늘날 인간 교육을 상품 미학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의 소비 상품들은 다른 대중매체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상품 미학이 하나의 긍정적인 교육적 효과를 지녀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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