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花潭) 서경덕① 봄철 바위틈 만발한 철쭉꽃 붉게 비추는 ‘꽃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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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花潭) 서경덕① 봄철 바위틈 만발한 철쭉꽃 붉게 비추는 ‘꽃 못’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4.09.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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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號), 조선선비의 자존심⑯

 

▲ 화담 서경덕의 초상

[한정주=역사평론가] 박연폭포와 황진이 그리고 서경덕을 일컬어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송도삼절’이라는 말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르면 대개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이덕무가 한·중·일의 한시(漢詩)들을 모아 엮은 시화집(詩話集)인 『청비록(淸脾錄)』과 이긍익의 역사서인 『연려실기술(練藜室記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본조(本朝)의 송도(松都) 기생 황진(黃眞 : 황진이)은 얼굴이 절색인 데다가 시(詩)를 잘 지었다. 스스로 말하기를 ‘화담선생과 박연폭포와 내가 송도삼절(松都三絶)이다’고 하였다.” 이덕무, 『청비록』, ‘시를 잘한 기생(詩妓)’

“진랑(眞娘 : 황진이)은 개성에 사는 눈 먼 여자의 딸이었다. 성격이 활달하고 자유분방해서 남자들이 따랐다. 가야금을 잘 타고 노래를 잘해 일찍부터 산수(山水) 간을 유람하는 것을 좋아했다. 풍악산으로부터 태백산과 지리산을 거쳐 금성(錦城 : 전라도 나주)에 다다랐는데, 그 고을 사또가 바야흐로 감사를 대접하느라 연회를 베풀고 있었다. 좌석 가득 소리 잘하는 기생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진랑이 누더기나 다름없는 떨어진 옷에다 지저분한 얼굴을 하고 곧바로 연회의 상좌(上座)에 앉아 이(蝨)를 잡으면서 태연자약하게 조금도 부끄러운 빛 없이 노래를 하고 가야금을 연주하자 모든 기생들이 두려워했다.

평생 화담(花潭) 서경덕의 사람됨을 사모하여 번번이 가야금을 지니고 술을 빚어서 화담을 찾아가 마음껏 노닐다가 돌아오곤 하였다. 늘 말하기를 ‘지족노선(知足老禪)은 30년 동안 면벽(面壁) 수도를 했어도 역시 나의 미색에 무너졌다. 오직 화담선생만은 여러 해 동안 가까이 지냈지만 끝내 흔들리지 않았다. 이 분이야말로 진실로 성인(聖人)이다’라고 하였다. 항상 화담선생에게 ‘송도에 삼절(三絶)이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화담선생이 ‘무엇이 삼절인가?’라고 물으면, 진랑은 ‘박연폭포와 선생님과 나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대답에 화담선생은 웃었다.” 이긍익, 『연려실기술』, ‘중종조의 유일(遺逸)’

이러한 기록들을 통해 살펴보면 서경덕의 인품과 절행(節行)을 사모했던 황진이가 그를 추앙하는 마음으로 박연폭포와 자신을 포함해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는 말을 지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북한 문학예술출판사가 발행한 장편소설 『황진이』의 삽화 중 화담 서경덕(왼쪽)을 유혹하는 황진이.

황진이가 ‘진실로 성인’이라고 극찬하며 ‘송도삼절’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실제 서경덕은 세상의 명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화담(花潭)가 조그마한 초가집에 거처하며 지극히 단순하면서 소박한 삶을 살았다.

‘궁리(窮理)’와 ‘격물(格物)’을 일삼아서 마음에 자득(自得)한 것이 있으면 만족스러워 스스로 즐거워했으며, 세상의 시비(是非)나 득실(得失)과 영욕(榮辱)에는 털끝만큼도 눈길을 주지 않았고, 집에 먹을거리가 자주 떨어졌으나 태연스럽게 지낼 뿐 굶주린 기색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그는 평생 벼슬에 나가지 않은 채 간혹 산수 유람을 떠났던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화담에서 보냈다. 화담은 서경덕의 삶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화담과 서경덕은 떼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사실 서경덕이 화담에 거처하기 이전에도 화담과 그 주변 자연 풍경은 조선의 호사가(好事家)들이 반드시 유람해야 할 명승지(名勝地)로 유명세를 치렀다. 특히 봄이 되어 바위틈에 핀 철쭉꽃이 만발하여 물에 붉게 비추는 ‘화담’은 ‘꽃 못’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장관 중의 장관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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