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주고 사면 바보…생산자와 소비자의 할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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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 주고 사면 바보…생산자와 소비자의 할인 전쟁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9.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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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 코카콜라가 최초의 소매 쿠폰을 제공했을 때 소비자들은 흥분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쇼핑객들 네 명 중 한 명은 세일된 물건만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물품 중 거의 절반은 할인가로 나와 있다. 할인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망가뜨려 버린 것이다.

흥정이 필수인 이스탄불의 시장 거리에서부터 롱 아일랜드 쇼핑몰의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에르메스, 루이비통과 같은 글로벌 럭셔리에 이르기까지 판매자와 소비자는 끊임없이 고양이와 쥐 게임을 해야 한다.

가격 책정가들은 신경경제학에 대한 최근의 연구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굉장히 싸게 샀다고 믿도록 속인다. 반면 소비자들은 쿠폰 앱에서부터 전략적 트위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테크놀로지 활용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큰 자율 권한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어떤 브랜드들은 팔리지 않는 물품들을 팔기 위해 트렌드 자체를 거부하고 가격을 낮추는 대신 물건을 폐기하는 방법을 택한다.

저녁에 대형할인매장을 가면 판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할인 판매한다. 또한 그런 상품만 찾으려고 늦게 매장을 찾는 손님이 있다. 백화점 할인기간에는 주변 도로에 차가 들어차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더 싸다며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도 유행이다. 제값을 주고 사면 손해인 것 같은 세상이다.

“샘플세일 전에는 VIP 샘플세일이 열리고, 그전에는 비밀 VIP 샘플세일이 열려요.”

 

쇼핑 블로그 랙트닷컴을 운영하는 이지 그리스팬은 세일의 생리를 간단하게 정리해준다. 쉽게 말해 세일이 열려도 일반 소비자에게 쓸만한 물건이 돌아갈 일은 없다는 것이다. 평소 구매를 많이 해준 특별한 손님에게 특별한 세일 혜택도 돌아간다.

세일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소비자는 뭔가 손해를 보는 것 같다. 지금 물건을 사더라도 하루나 이틀 뒤면 더 큰 세일을 할 것도 같다.

저널리스트이자 여행작가였던 마크 엘우드는 『할인사회』(처음북스)에서 오히려 이런 시대가 소비자가 힘을 갖고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한다. 소비 3.0 시대라는 것이다.

마크 엘우드는 패션계가 어떻게 할인을 이용하는지, 절대로 할인을 하지 않는 기업의 무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할인을 둘러싼 범죄까지 할인의 뒷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소비자의 힘은 세진다고 주장한다.

생산자에게 세일이라는 무기가 있다면 최근의 소비자에게는 정보라는 무기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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