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五倫)과 삼강(三綱)의 조목…“영원히 바꿀 수 없는 확고부동한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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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五倫)과 삼강(三綱)의 조목…“영원히 바꿀 수 없는 확고부동한 진리”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6.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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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⑤
▲ 신하 설(契)과 함께 ‘오륜’을 제정한 요임금(왼쪽)과 ‘삼강’을 만든 동중서(董仲舒).

[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⑤

[한정주=역사평론가] 性理書云(성리서운) 五敎之目(오교지목)은 父子有親(부자유친)하며 君臣有義(군신유의)요 夫婦有別(부부유별)하며 長幼有序(장유유서)요 朋友有信(붕우유신)이니라.

(『성리서』에서 말하였다. “다섯 가지 가르침의 조목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친애함이 있어야 하며,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리가 있어야 하며,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분별이 있어야 하며,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어야 하며, 친구와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공자와 맹자를 종조로 하는 유가사상에서 강조하고 있는 최고의 덕목이자 근본적인 가르침이 바로 오륜(五倫), 즉 ‘다섯 가지 인륜(人倫)’과 삼강(三綱), 곧 ‘세 가지 강령(綱領)’이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 바로 오륜의 조목이다. 오륜의 조목은 어느 때 누가 만든 것인가. 이는 맹자의 저작인 『맹자』 <등문공 상> 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화와 전설 속의 성군인 요임금 때 후직(后稷)이 백성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서 비로소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그런데 요임금의 뒤를 이어 제왕의 자리에 오른 순임금은 비록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고 편안하게 산다고 해도 백성들에게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금수(禽獸)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될 뿐이라고 생각해 크게 걱정했다.

그래서 설(契)이라는 신하에게 사도(司徒)의 직책을 주고 인륜을 세워서 백성들을 가르치게 했다. 이때 순임금과 설이 백성들을 가르치기 위해 제정한 인륜의 다섯 가지 조목이 바로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등의 ‘오륜’이다.

그리고 순임금은 특명을 내려 백성들에게 이 다섯 가지 인륜의 조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백성들의 노고를 위로해주고 따라오게 하여 바로잡아 주고 정직하게 살도록 가르쳐라. 또한 백성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부축해주어 스스로 다섯 가지 인륜을 지키게 하고 또한 따르게 하여 깨우칠 수 있도록 은덕을 베풀어라.”

이렇듯 맹자의 증언에 따른다면 삼강오륜 중 ‘오륜’은 요임금과 그의 신하 설에 의해 제정된 다음 세상에 널리 퍼졌다고 하겠다.

三綱(삼강)은 君爲臣綱(군위신강)이요 父爲子綱(부위자강)이요 夫爲婦綱(부위부강)이니라.

(세 가지 강령은 임금은 신하의 근본이요, 아버지는 자식의 근본이요, 남편은 아내의 근본이다.)

삼강오륜 중 ‘오륜’이 요임금과 신하 설의 작품이라면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 등의 세 가지 강령, 곧 ‘삼강’은 누가 만든 것인가. 바로 ‘동중서(董仲舒)’이다.

동중서는 공자의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백성은 백성다워야 하고,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하고, 남편은 남편다워야 하고, 아내는 아내다워야 한다’는 가르침과 맹자의 ‘오상(五常)’, 즉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떳떳한 도리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등의 사상을 근거로 삼아 ‘삼강오상설(三綱五常說)’을 논했다.

오늘날까지 유학에서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덕목이자 실천 강령이라고 주장하는 ‘삼강’은 바로 동중서의 이 ‘삼강오상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런데 동중서는 누구인가. 그는 전한(前漢) 시대 유학자로 기원전 170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120년경에 사망한 인물이다.

그의 학식과 식견에 대해서는 여러 기록이 증언하고 있는데, 그 중 사마천은 『사기』 <유림열전(儒林列傳)>에서 동중서가 3년 동안이나 자신의 집 정원을 돌보지 않을 정도로 유학 연구에 몰두해 학문에 뜻을 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사표(師表)로 삼았다고 했다.

또한 후대 학자들은 한나라가 개국하여 5대 황제에 이르는 동안 오직 동중서만이 『춘추(春秋)』에 통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중서는 『춘추번로(春秋繁露)』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공자의 정치사상을 깊이 연구하여 당대 최고의 학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한다.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 등의 ‘삼강’도 동중서가 공자의 정치사상을 깊이 연구한 결과 만들어진 기본윤리이자 실천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를 할 때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명분과 더불어 질서이다. 질서가 바로 서면 정치가 안정되어서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기 쉬운 반면 질서가 무너지면 정치가 혼란스러워져서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중서는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 ‘남편과 아내’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 질서의 근본, 곧 가장 바탕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에 ‘삼강’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동중서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 세 가지 질서를 영원히 바꿀 수 없는 확고부동한 진리처럼 백성들에게 가르친다면 임금에게 반역할 신하가 없게 되고, 아버지에게 거스르는 자식이 없게 되고, 남편에게 순종하지 않는 아내가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세상의 질서가 바로 서게 되고, 세상의 질서가 바로 서게 되면 정치는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안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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