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황새, 화성습지서 이례적인 집단 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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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황새, 화성습지서 이례적인 집단 월동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1.03.0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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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7일 화성습지에서 발견한 황새 월동개체군. [사진=강원대학교 최순규(국립생태원 공동 연구진)]
지난 1월27일 화성습지에서 발견한 황새 월동개체군. [사진=강원대학교 최순규(국립생태원 공동 연구진)]

멸종위기 야생동물Ⅰ급 황새 무리의 이례적인 월동현장이 포착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일대 화성호의 화성습지(33㎢ 구간)에서 겨울철 조류생태를 조사한 결과 총 35마리의 황새가 화성습지에서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중 26마리는 한자리에 모여 집단으로 월동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들 황새 무리에는 지난해 9월8일 예산황새공원(충남 예산군 광시면 소재)에서 방사돼 북한 서해안 지역에 머물다 내려온 황새 1마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황새는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고 여러 마리가 무리를 이루는 경우가 드물어 월동지에서 단독 또는 5~6마리가 함께 관찰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20여 마리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조광진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장은 “올해 계속된 북극발 한파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는 황새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습성을 깨고 물과 땅이 얼지 않은 특정 지역에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성습지는 2002년 인공호수인 화성호가 완공된 이후 황새를 비롯한 철새들이 선호하는 입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서해안 바닷가와 접하면서 주변에 다양한 조류 서식처가 발달해 있다. 또한 하천과 연결되는 습지 주변에 얼지 않은 공간이 곳곳에 분포하고 있어 황새와 같은 대형 철새들이 먹이를 구하고 머물기에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다.

화성습지는 2018년 12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P)’에 등재된 겨울철 조류 서식처이기도 하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이번 조사를 통해 최근까지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4종(혹고니·황새·흰수리꼬리·매)과 Ⅱ급 11종(노랑부리저어새·독수리·물수리·새매·쇠검은머리쑥새·수리부엉이·잿빛개구리매·참매·큰고니·큰기러기·큰말똥가리) 등 총 124종 2만3132마리의 철새가 화성습지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겨울철새가 이동하는 올해 3월 말까지 조사를 수행하고 화성습지의 생태적 기능과 가치를 분석해 체계적인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배근 국립생태원 습지센터장은 “화성습지와 같은 인공 서식처도 환경에 따라 야생생물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조류 서식처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인공습지 보전을 위해 다양한 조사·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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