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이 본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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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이 본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삼성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2.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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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인한 공백이 장기화되고 삼성전자의 경영실적 악화가 맞물리면서 삼성그룹의 미래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포스트 이건희’를 둘러싼 각종 시나리오까지 난무하면서 삼성위기론도 대두되고 있다.

사실상 사망에 준하는 이건희 회장의 공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능력 우려,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쟁,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주력사업의 부재 등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삼성그룹 안팎의 각종 악재가 주요 배경이다.

일부에서는 기업의 생애주기상 삼성그룹의 성장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는 일본의 소니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몰락한 원인들이 동원된다.

실제 1980년대의 GM이 안고 있던 문제들, 즉 책임지지 않는 관료주의, 유리감옥에 갇혀 현장을 도외시한 CEO, 현장 책임자가 아닌 재무부서 출신이 출세하는 인사·경영시스템,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지나친 인센티브 격차, 조직 내 의사소통 단절 등의 문제 등은 현재의 삼성에 그대로 대입된다.

삼성자동차와 삼성중공업 등에서 산업분석가로 일했던 심정택씨의 신간 『삼성의 몰락』은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각에서 삼성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특히 삼성위기론에 대한 일반적인 진단과 평가와는 달리 삼성그룹에서 7년간 일하면서 겪은 경험과 이후 홍보대행사와 재벌가 대상 화랑 운영 등으로 관련자들에게 전해들은 비화들을 바탕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재산 상속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이나 형제간 그룹 분할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즉 과거 성공적인 신세계와 CJ그룹의 분가와 달리 새한이나 한솔그룹처럼 실패했거나 경영난에 부딪힐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분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부진의 호텔신라 역시 당장 그룹 분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 이 회장 사망 시 배우자 몫의 상속분 때문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의외로 그룹 전체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실제 개정 상속법안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사망 후 재산의 66%가량은 배우자 홍라희 관장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되더라도 홍라희 관장의 몫 때문에 이 부회장은 어머니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또한 홍라희 관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 즉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 형제들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함께 분석하고 있다.

삼성가의 상속자는 아니지만 이학수 전 부회장도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노릴 수 있는 사람으로서 꼽힌다.

저자는 “이학수 부회장이 상장 후 약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삼성SDS 주식을 처분하고 자신 소유의 재산을 모두 처분한 뒤 삼성전자 주식을 인수하려 든다면?”이라고 질문을 던진다. 재무팀 라인의 김인주, 최도석 등도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 이학수와의 연대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전·현직 그룹 최고경영진들이 경영권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많지 않다. 설사 반란을 일으킨다 해도 한국 사회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룹의 사업구조 분할과 관련해 이학수 부회장의 자금 동원력이 충분히 협상의 툴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분명한 점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넘어가는 현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는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경영권 승계 이후에도 불안정 지속의 요인으로 그룹 체제에 심각한 균열을 예고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삼성이 피할 수 없는 전장 앞에 서 있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이 싸움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삼성의 위상과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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