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의 자호(字號) 소사전(75)
[한정주=역사평론가] 자(字)는 성기(聖器)·유용(有用)·칠칠(七七). ‘최산수(崔山水)’라고 불릴 만큼 산수화를 잘 그려 현재 심사정과 쌍벽을 이룰 정도였다.
술을 좋아하고 떠돌아다니는 것을 즐겨 온갖 기행을 낳았다.
자신의 이름인 ‘북(北)’자를 두 글자로 나누어 자(字)를 ‘칠칠(七七)’이라고 했기 때문에 대개 사람들이 그를 ‘최칠칠(崔七七)’이라고 불렀다.
금릉 남공철이 쓴 ‘최칠칠전(崔七七傳)’에 따르면 최북은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래서 자신이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드는데 더러 그림을 사는 사람이 돈을 적게 주면 버럭 화를 내고 욕설을 지껄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곤 했다.
또한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그림 값을 후하게 주기라도 하면 껄껄껄 웃다가 그 사람에게 주먹질을 하고 문밖으로 떠밀면서 그림 값도 모르는 한심한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댔다.
그리고 스스로 호(號)를 지어 떠들고 다니기를 ‘호생자(毫生子)’라고 하였다. ‘붓으로 먹고 사는 놈’이라는 뜻으로 그림을 그려 판 돈으로 먹고 사는 자신을 희화화한 호라고 하겠다.
사람에 따라 ‘칠칠맞다’고 들릴 수도 있는 ‘칠칠(七七)’을 자(字)로 삼은 것이나 자신을 가리켜 ‘붓으로 먹고 사는 놈’인 ‘호생자(毫生子)’라고 한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기인(奇人)이었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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