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각자의 재능에 마음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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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각자의 재능에 마음을 쏟는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5.10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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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83)

[한정주=역사평론가] 사람은 각자 재능이 있는 곳에 온 마음을 쏟는다.

『사기(史記)』한 부(部)를 두고 말하더라도 똑같이 한 번 읽었는데 경륜(經綸)에만 힘써 논하는 사람은 성패(成敗)와 치란(治亂)의 족적만 살피느라 그 밖의 것은 알지 못한다.

문장에만 힘쓰는 사람은 편장(篇章)과 자구(字句)의 법식만 살피느라 그 밖의 것은 알지 못한다.

과거공부에만 힘쓰는 사람은 기우(奇遇)만 골라서 찾고 기교(技巧)를 섭렵하는데 마음을 쓰느라 또한 그 밖의 것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하층(下層) 중의 하층인 사람이다. 일체의 자집(子集)과 패가(稗家) 역시 모두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비록 한 가지에 통달해 조예가 있다고 해도 대방가(大方家)는 아니다.

뛰어난 학문과 탁월한 식견을 갖춘 선비는 안목이 매우 원대하다. 더불어 일을 행할 때 가지런히 나아가기 때문에 무엇인가에 얽매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 마음이 매우 너그럽고 시원하며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아서 마치 대나무를 쪼개는 것처럼 막힘이 없고 병을 세우는 것처럼 올바를 따름이다. (재번역)

人各於才之局處焉專心 若以一部史記言之 同一讀也 務經論者 所見無非成敗治亂之跡 其它不知也 力文章者 所見無非篇章字句之法 其它不知也 業科擧者 所見無非尋摘奇偶 涉獵奇巧 尤不知其它也 是下之下也 一切子集稗家 亦皆如此 雖有一條之通 而非大方也 鴻儒 則眼目甚長 幷行齊進 不少窘束 磊磊落落 如破竹建瓴耳. 『이목구심서 1』

학문을 잘하는 사람은 문장에 약하고, 문장을 잘하는 학문에 약하다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학문과 문장 중 학문에 더 능한 사람도 있고, 문장에 더 능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참으로 학문을 잘하는 사람은 문장에도 능숙하고, 문장에 능숙한 사람은 학문 역시 잘하는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가 고전(古典)이라 일컫는 저서의 작자들은 모두 탁월한 학자이자 뛰어난 문장가였다.

허균, 이익,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이탁오, 원굉도, 다빈치, 마키아벨리, 몽테스키외, 루소, 볼테르, 마르크스, 니체, 괴테, 헤세, 사마천, 루쉰, 톨스토이, 고리키는 학자인가 문장가인가?

그들은 모두 한 시대의 학문과 문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인류의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철학자이자 사상가이자 문장가였다.

대방가(大方家)란 곧 ‘문장과 학술 모두에 뛰어난 사람’이다. 문장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어떻게 써도 학문 아닌 것이 없고, 학문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무엇을 써도 문장 아닌 것이 없다. 따라서 뜻이 크고 높은 사람이란 마땅히 대방가를 꿈꾸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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