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재발견…평생 동안 얻는 삶의 활력과 재생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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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재발견…평생 동안 얻는 삶의 활력과 재생의 에너지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5.12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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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85)
 

[한정주=역사평론가] 여섯 일곱 살 때나 아홉 살 어릴 때에는 한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밤과 한해의 첫 날인 정월 초하루가 왜 그렇게 좋았는지!

머리에 긴 두건을 두르고 상투를 튼 채 초록색의 소포자(小袍子)를 입고 적색의 비단 띠에 홍색의 가죽신을 신었다. 밤에는 윷놀이를 하고 낮에는 종이 연을 날리며 놀았다.

어른들에게 세배하면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좋아하고 예뻐해 주었다. 이때에는 우쭐한 기분에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듯이 마음껏 내달리느라 머리카락이 모두 바짝 설 지경이었다.

천하에 이 시절보다 더 좋은 날은 없었다. 지금 어린아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의 마음과 기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몸은 7척에 높은 관(冠)은 키만 하고 수염이 기다랗게 드리워져 있다. 오히려 어린아이의 모습을 시기하여 ‘너희들도 오래지 않아 턱에 검은 수염이 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너희들의 곱고 예쁜 옷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라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반드시 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재번역)

六七八九歲時 除夕元日何其好也 戴雲長巾 頭結唐䯻 衣草綠小袍子 帶則赤錦 鞋則紅皮 夜排柶子 晝瞻紙鳶 歲拜長老 則撫頂嬌愛 是時也俊氣橫生 行如飈風 毛髮皆躍 天下之好時節 無過於此日也 今見此輩踊躍 則意思層動 而顧身七尺 而高冠若箕 鬚髯鬑鬑矣 反猜之曰 爾輩亦不久頤生玄髯 安用爾姸嬋之衣哉 兒必不信. 『이목구심서 1』

자연 만물의 질서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자리를 갖고 있다. 마찬가지 이치로 인간의 질서 속에는 어린아이의 자리가 존재한다.

어른을 어른으로 보듯이, 어린아이는 어린아이로 보아야 한다. 어린아이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인간 세계와 자연 만물을 보고 생각하고 느낀다. 그것을 어른의 방식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어린아이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은 인간의 삶 전체에 거대한 영향과 파장을 미친다. 장 자크 루소가 『에밀』에서 한 말을 인용해보았다.

어린아이를 바라볼 때 그의 뜨거운 피와 팔딱거리는 활력이 당신을 다시 젊게 만드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심장과 정신은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아이는 재생(再生)의 에너지다. 정월 초하루를 전후해 즐겁게 뛰노는 어린아이들을 바라보던 이덕무 역시 문득 다시 약동(躍動)하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어린아이의 어린 시절은 물론 어른의 어린 시절 또한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인간은 평생 동안 어린 시절로부터 삶의 활력과 재생의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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