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흥(感興)이 이는 대로…사이와 경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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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흥(感興)이 이는 대로…사이와 경계의 미학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6.10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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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10)
 

[한정주=역사평론가] 시인(詩人)과 문사(文士)는 좋은 날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시흥(詩興)으로 어깨가 산처럼 솟아오르고, 눈동자에는 물결이 일렁거리며, 두 뺨에는 향기가 풍기고, 입에는 꽃이 활짝 피어난다.

이때 조금이라도 은밀하게 노리는 짓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결점이 되고 말 것이다.(재번역)

騷人韻士 佳辰媚景 詩肩聳山 吟眸漾波 牙頰生香 口吻開花 少有隱機 大是缺典. 『이목구심서 2』

만약 이 순간 글을 쓰고 시를 짓는다면 이미 ‘천연(天然)의 정취(情趣)’를 얻은 것이다.

청나라의 문인 주석수 역시 자신의 소품 산문집인 『유몽속영(幽夢續影)』에서 이와 같은 상황을 가리켜 천취(天趣)를 얻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그림을 그리면 손에 쥔 붓끝은 문득 안개와 구름으로 물든다. 눈 내리는 밤에 시를 읊조리면 종이 위에 이미 싸락눈을 흩뿌려놓은 것만 같다. 이것이야말로 ‘천취(天趣)’를 잘 얻었다고 할 만하다.”

시와 글과 그림의 대상과 작자가 나누어지는 분기점이자 동시에 일체가 되는 통합점이 마주치는 어느 지점, 즉 ‘사이와 경계의 미학’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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