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삼성연대로 뭉치는 삼성물산 소액주주들…SK 사태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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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삼성연대로 뭉치는 삼성물산 소액주주들…SK 사태 재현?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6.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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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승계 반감…SK 사태 당시 ‘국부유출’ 논리 안 먹힐 듯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표면화되고 있다.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의 합병반대 압박에 이은 것으로 자칫 10여년 전 소버린과 힘겨운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SK그룹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일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제일모직과의 합병반대 운동에 나섰다.

지난 5일 개설된 인터넷 카페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http://cafe.naver.com/black26uz3)에는 11일 오전 8시 현재 1900명이 가입해 10만명에 육박하는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카페 운영자인 ‘독타맨’은 공지 글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카페를 개설했다”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절치 못한 합병비율이 그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소액주주의 주식을 위임받아 엘리엇에 위임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표결로 갈지 무엇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가입회원들의 합병반대를 위한 주식위임이 이어지면서 엘리엇과의 반(反)삼성연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페이 ‘주식 위임결의’란에는 10단위에서 1만 단위까지 주식위임 의사를 밝힌 소액주주들이 일주일여 만에 벌써 100명을 넘어섰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에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원인이다.

지난 5월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이사회가 발표한 합병비율은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1대 0.35로 설정됐다. 최근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계산하기 때문에 제일모직 주식은 과대평가되고 삼성물산 주가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개혁연대는 합병 발표 직후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로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처럼 합병 무산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합병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업재편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 삼성그룹은 이를 위해 사업구조 개편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승계를 위한 사업재편이 비즈니스 측면은 물론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3남매로의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은 수많은 불법에 기초한 것”이라며 “형사적 측면에서의 법원 판단은 끝났지만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책임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고 논평한 바 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엘리엇과 손을 잡고 표대결에 나설 경우 과거 소버린과 주주총회에서 맞붙은 SK그룹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 인터넷 카페 초기화면. <사진=네이버 캡처>

현재 삼성그룹의 삼성물산 지분은 13.59%로 공익재단을 포함해도 13.99%가 전부다. 반면 엘리엇은 7.12% 지분을 확보하고 9.99%까지 순차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9.9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 삼성연대에 합류할 경우 삼성그룹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표대결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SK그룹 사태 당시 소버린이 보유한 지분은 14.99%로 당시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이 보유한 15.93% 지분보다 적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이 소버린과 손을 잡으면서 사태는 경영권 다툼으로 번졌다.

당시 SK그룹 사태의 원인은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의 불법행위와 투명하지 못한 경영 그리고 경쟁사 대비 저평가된 주식 등이었다.

이는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삼성그룹에 대해서는 반감은 정서적으로도 SK그룹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SK그룹이 2년여에 걸친 소버린과의 다툼 끝에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이 소버린에 등을 돌리고 SK그룹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투명한 기업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던 소버린의 정체가 점차 드러나면서 경영권 교체로 인한 국부유출 우려가 대두됐던 것이다.

그러나 내수가 기반이었던 SK그룹과 달리 이미 많은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삼성그룹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특히 후계자로 지명돼 승계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까지 의심받고 있어 반삼성연대의 노선전환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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