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는 위급상황이지 전쟁이 아니다”…사회현상으로 전쟁을 본 『유럽사 속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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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는 위급상황이지 전쟁이 아니다”…사회현상으로 전쟁을 본 『유럽사 속의 전쟁』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7.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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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 오마하 해변으로 접근하고 있는 미군 상륙함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보병과 더불어 보급품을 실은 트럭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에는 어느 시기에나 항상 전쟁이 존재했다. 특히 유럽은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온 사회다.

전쟁은 단순히 싸우는 문제, 즉 군사 작전의 역사이기에 앞서 전쟁이 치러진 사회, 문화, 정치, 경제의 모든 측면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어떤 무기를 들고 싸우는지, 누가 전쟁에 나가는지, 그들이 왜 전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이유로 전쟁을 하는지와 같은 것들은 전쟁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렇듯 전쟁은 한 사회의 성격을 바꾸어버리기도 하고, 반대로 사회가 전쟁의 성격을 결정짓기도 한다.

신간 『유럽사 속의 전쟁』(글항아리)은 유럽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난 전쟁과 사회의 복합적 상호 영향관계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춰져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근대사 분야 명예교수로 세계적인 전쟁사학자인 저자 마이클 하워드는 “전쟁을 전쟁이 치러진 사회·문화·정치·경제적 배경으로부터 분리해서 따로 생각하는 것은 전쟁을 이해하는 데 있어 본질적인 측면을 간과하는 것”이라며 좁은 의미의 전쟁사에서 벗어나 전쟁과 사회라는 관점으로 1000년의 유럽 전쟁사를 연구했다.

‘전쟁과 사회’라는 테제로 요약되는 하워드 전쟁사 연구의 출발점은 무엇보다 자신의 연구를 비롯한 전쟁사 분야 자체의 역사화에 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형태의 군사사는 18세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유럽은 줄곧 전사들의 사회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중세 기독교 유럽에서 귀족의 지위는 기사의 지위와 맞먹었고, 이 시기 기독교는 평화의 종교라기보다 전쟁의 종교에 가까웠다. 18세기까지 유럽에서 전쟁과 사회는 분리돼 존재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별개로 생각되지도 않았다.

마이클 하워드는 “전문 연구 분야로서 군사사는 특별하게 평화로운 사회에서만 누릴 수 있는 사치 중 하나”라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독립적인 연구 분야로서 전쟁사의 등장은 16세기 중반 이래 유럽 전역을 무대로 했던 종교 전쟁(1560~1648)의 종식 이후 국내적인 평화와 안정의 확립과 궤를 같이했다. 따라서 오늘날의 군사사는 유럽 대륙 전체를 포괄하는 일종의 내란의 성격을 띠었던 종교 전쟁이 1648년 웨스트팔리아 평화조약에 의해 종결되고 주권국가의 원칙에 입각한 국가들의 체제가 정립되면서 탄생한 대단히 근대적인 연구 분야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워드의 전쟁사 연구는 오늘날 국제정치 상황을 이해하고 여러 난제를 푸는 데 있어서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오사마 빈라덴이 이끈 이슬람 극단주의 국제 조직의 테러에 대한 미국의 혼동에 찬 대응은 하워드의 성찰적인 전쟁사 연구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하워드는 뉴욕에서의 9·11 테러 이후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즉각적으로 선포된 ‘테러와의 전쟁’을 매우 잘못된 개념이라고 비판한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초래할 ‘되돌릴 수 없는 큰 실수’라고 경고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입장에서 테러는 시민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별수사권을 위임받은 경찰과 정보 당국이 처리해야 할 ‘위급 상황’이지 ‘전쟁’이 아니었다.

하워드에 따르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무엇보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분노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반성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그는 이미 베트남 전쟁 직후 발표한 ‘전략의 잊혀진 차원들’이란 논문에서 똑같은 조언을 미국의 전략가들과 정치가들에게 한 바 있다. 그러나 반세기가 흘렀지만 문제는 다시 하워드 자신이 ‘전쟁과 사회’라는 테제에서 도출한 전략의 사회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하워드의 전쟁사 연구는 “전쟁을 사회현상의 하나로 다루는 인문학적인 연구”다. 따라서 그의 전쟁사 연구는 과거는 물론 오늘날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고 여러 난제를 푸는 데도 그 열쇠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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