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국민연금이라면 합병 반대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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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국민연금이라면 합병 반대했을 것”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5.07.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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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입장에 일제히 반발
▲ 13일 오전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은 재논의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 제공>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들이 재논의를 촉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이 국민연금이라면 절대 이번 합병안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국민연금의 공적기금으로서의 책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경실련은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이 비공식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등 의사결정과정과 결정내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재논의를 통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관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까지 반대 의결권을 권고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찬성 입장은 이유와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의결권전문위원회로 넘기지 않은 합리적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며 주총 당일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과정과 내용의 합리성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합병 발표 이후 국민연금이 2% 정도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은 결국 삼성그룹의 총수일가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 같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은 향후 엘리엇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ISD 소송에서 한국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만약 ISD 소송비용과 패소할 경우 손해배상액은 삼성그룹이나 이건희 일가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경실련은 “국민연금은 공적기관으로서의 책무와 연금 가입자의 이익 존중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인지, 아니면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대변자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내부 기본 절차조차 무시한 채 삼성의 수족으로 전락한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가입자와 국민을 무시한 이번 결정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번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제8조 제3항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함에 있어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내외 자문기관의 반대 권고를 무시한 채 찬성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이들이 보지 못한 어떤 특별한 사유를 감안했는데 국민연금은 결정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과 달리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방침을 결정한 배경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전문위원회에 회부할 경우 지난 SK 경우처럼 반대 의견이 나올 것을 두려워해 내부 절차조차 무시하고 변칙적인 의사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도 이날 성명을 통해 “합병으로 인해 5000만 국민의 재산이 손실을 입고 삼성물산 소액주주 등의 손실이 야기된다”고 주장했다.

즉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지분 13.65%를 지배하고 있지만 합병 후에는 40.1%를 지배하고 자사주를 포함하면 55%를 장악하게 돼 자기자본 지분이 5조원이 증가하는 반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을 비롯한 내국인은 자기자본 지분이 2조6000억원 감소하고 외국인도 2조4000억원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는 합병 전 두 회사의 자산가치나 상대적 주가 상승여력에서 삼성물산의 손해가 분명해 삼성물산 이사회의 합병 결의는 삼성그룹과 공모해 상법상 충실의무를 위반한 배임이며 횡령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역지사지로 삼성그룹이 국민연금이라는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에 절대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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