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보는 4가지 접근법과 위기극복의 해법…『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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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보는 4가지 접근법과 위기극복의 해법…『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5.07.1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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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덤 스미스(왼쪽부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 칼 마르크스, 칼 폴라니.

유로존 19개국이 구제금융에 합의하면서 그리스 사태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위기의 원인과 극복을 위한 해법이 난무하고 있다.

유로화 출범이 그리스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의 반대편에서는 그리스 역대 정권의 선거 승리를 위한 무분별한 정책남용의 결과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기도 한다.

그리스 사태를 둘러싼 이견은 단면이다.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들은 성장과 분배, 실업과 고용, 재정과 부채, 증세와 감세, 국제무역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이는 경제학이 다루는 대상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학자들마다 경제를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고전파든 신자유주의자든 자유주의 경제학자와 마르크스 학파, 케인스 학파 그리고 최근의 폴라니 학파가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제 자체가 서로 다른 것이다.

신간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가』(서해문집)는 세상을 움직이는 4가지 경제이론의 핵심을 파고들며 그 속에서 현재의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아내는 핸드북이다.

4가지 경제이론의 핵심 키워드는 애덤 스미스의 ‘시장’,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순환’, 칼 마르크스의 ‘권력’, 칼 폴라니의 ‘자연과 사회’다.

애덤 스미스 이래 가장 강력한 ‘시장주의자’라 불리는 이들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다. 이들은 대학과 국제기구 그리고 각국 경제 부처에 포진돼 있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 정부의 개입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집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가난한 가계에 부동산 대출을 받도록 장려한 탓이다.

대출이 지나치게 늘어 가계의 상환 능력이 떨어져 결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은행이 도산했다. 즉 경제위기는 시장의 정상적 기능을 방해하는 정치적 개입의 결과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케인스 학파는 시장경제란 근본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최근 경제성장 방식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임금인상 속도가, 생산된 부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채가 한동안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가려주면서 가계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기업이 생산한 재화를 구입했다. 그러나 이런 체계는 오래갈 수 없다. 가계가 더 이상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학파는 케인스 학파와 달리 금융의 핵심적인 역할에 주목한다. 기업이 임금인상에 저항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주주가 원하는 단기 수익성을 최고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규제 완화는 자체적으로 위기를 안고 있다. 감독과 관리가 느슨해지면서 금융사기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금융권력은 입법 절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권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르크스 학파는 금융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케인스 학파가 위기 탈출 해법으로 투자 활성화를 권고하는 것과는 정반대 해법이다.

 

인간적이고 환경적인 접근법을 추구하는 칼 폴라니 학파는 현재의 성장 모델이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원자재와 식량 가격 상승이 위기를 일으킨 주범이라고 믿는다.

가계의 구매력이 타격을 입으면서 소비가 줄고 결국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켰는데, 이러한 위기는 과도한 천연자원 개발과 사회관계 해체를 기반으로 하는 현행 경제 작동 방식에 이미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환경, 인간,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유주의 모델(시장경제중심주의)을 극복할 경제적·철학적 대안을 찾는 데에 이 책의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주류 경제학의 편견에서 자유로워지자는 것이다.

각 접근법이 제안하는 것은 현재의 위기를 읽는 방식이다. 그때만이 올바른 해법을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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