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장성해서 어른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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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장성해서 어른이 되면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9.1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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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0강 훈자편(訓子篇)…자식을 가르쳐라⑦

[명심보감 인문학] 제10강 훈자편(訓子篇)…자식을 가르쳐라⑦

[한정주=역사평론가] 男年長大(남년장대)커든 莫習樂酒(막습악주)하고 女年長大(여년장대)커든 莫令遊走(막령유주)하라.

(남자아이가 장성해서 어른이 되거든 풍악과 술을 배워서 즐기지 못하게 하고, 여자아이가 장성해서 어른이 되거든 놀러 나다니지 못하게 하라.)

『예기』 <내칙(內則)> 편에는 나이에 따라 남자와 여자가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그런데 남자의 경우는 10~20대 시절부터 장성한 30~40대는 물론이고 노년에 이르는 50~70대에 이르기까지 기록되어 있는 반면 여자의 경우는 10대 시절은 자세히 적혀 있지만 시집을 가는 나이인 20세 이후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아마도 시집을 간 후 여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나와 있지 않은 까닭은 옛 관습과 도덕에 따라 남편이 살아 있을 때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르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예기』의 기록에 따르면 사내아이가 10세가 되면 집 밖으로 내보내 스승을 만나 기거하면서 글과 학문을 배우게 한다.

13세가 되면 음악을 배우고, 시와 노래를 읊고, 주공(周公) 단(旦)이 만들었다고 전하는 춤을 배우게 된다. 15세가 되면 창과 방패를 들고 추는 상무(象舞)를 배우고, 활쏘기와 말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20세가 되면 관례(冠禮: 성년식)를 치른 후 비로소 예법에 대해 배우며, 갖옷과 비단옷을 입을 수 있다. 폭넓게 배우고 식견을 넓히되 제자를 두지 않으며 자신의 지식과 학문을 밖으로 드러내 자랑하지 않는다.

30세가 되면 아내를 맞아 가정을 다스리고, 폭넓게 배우고 식견을 넓히되 특별히 스승을 정하지 않으며, 친구와는 우애 있게 지내되 그가 뜻을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핀다.

40세가 되면 비로소 벼슬길에 나아가는데 모든 사물에 대해 계획과 대책을 제시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주장한다. 단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임금의 뜻과 일치하면 복종하고 그렇지 않으면 벼슬을 버리고 물러난다.

50세가 되면 임금의 명을 받아 고관대작인 대부(大夫)가 되어 나라와 관청의 정사를 담당한다. 70세가 되면 모든 관직에서 물러난다.

여자아이는 10세가 되면 밖에 나가지 않고 부모가 가르치면 온순하게 듣고 따라야 한다. 13세가 되면 길쌈과 비단을 짜 의복을 만드는 일을 배우고, 집안의 제사를 모시는 예절을 배워 어른들을 돕는다.

15세가 되면 비녀를 꽂는다. 20세가 되면 시집을 가는데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23세에 가도 된다. 특별히 여자는 어린아이일 때는 물론이고 어른이 되어서 함부로 밖으로 나다녀서는 안 된다.

다만 여자가 집 밖을 나갈 때에는 반드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자신의 얼굴을 가려야 한다. 특히 밤에는 촛불을 밝히고 밖으로 나가야 하며 만약 촛불이 없다면 절대로 나가서는 안 된다.

이렇게 보면 여기 『명심보감』의 경문이나 『예기』에서 말하는 관습은 요즘 시대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 내용이다.

다만 구태여 그곳에 담긴 뜻을 오늘날의 기준으로 새겨본다면 남자든 여자든 장성했다고 해서 제멋대로 방탕하고 방종한 생활을 하면 안 된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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