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엔 철쭉·겨울엔 눈꽃 산행지 손꼽히는 명산…지리산 바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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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엔 철쭉·겨울엔 눈꽃 산행지 손꼽히는 명산…지리산 바래봉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2.10.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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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59) 파노라마처럼 지리산 주능선 조망되는 뷰포인트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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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물관이 거뭇하게 말라가는 서늘한 가을날이다. 길가에 낙우송들이 큰 키를 자랑하며 잎을 떨구고 있다.

고적한 산속은 찬 이슬에 젖고 생기를 잃은 수목들은 색깔을 바꾸기 시작했다. 점점 더 싸늘해지는 바람에 하나둘 잎새를 떨구고 헐거워진 나뭇가지를 가볍게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가득하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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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1165m)은 지리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봉우리다. 남원시 운봉읍 남쪽으로 솟은 덕두산(1150m)에서 서쪽 바래봉을 거쳐 팔랑치 세걸산 정령치 만복대 고리봉 성삼재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 산줄기에 위치한다.

새벽녘 굽이진 골을 타고 들어가 도착했을 때는 사위가 적막하고 이슬 젖은 잡초들이 얼키설키 드러누워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르렀던 잎사귀들에는 연한 황금빛이 감돌고 있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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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산행은 철쭉 시즌에는 화려한 봄 산행으로 으뜸이고 겨울이면 순백의 설원으로 변신해 눈꽃 산행지로도 손꼽히는 명산이다. 가을철 바래봉은 어떤 모습일까 막연한 기대감에 터벅터벅 관절을 깨워 본다.

산행의 시작점은 지리산허브밸리, 산행 지도에는 ‘용산주차장’으로 표시돼 있다. 주차장에서 바래봉 정상까지는 약 4.8km, 산객의 체력에 따라 왕복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잡는다.

바래봉 입구 운지사 안내소를 지나 비포장 임도로 약 20분 걸으면 바래봉 들머리가 나오며 이곳부터 국립공원 탐방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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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넓고 뚜렷한 임도길로 오른다. 완만한 오름길에는 인공블럭이 잘 깔려있어 수월하다. 등산로라기보다는 산기슭을 걷는 둘레길 트레킹 코스의 느낌을 받는다. 길가 가장자리에 군데군데 무리지어 피어 있는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가을의 전령이 되어 철마다 달라지는 울림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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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임도를 따라 오르면 능선에 들어서고 구상나무 조림지를 지나 바래봉 삼거리에 이른다. 능선에 올라서서 바래봉 삼거리까지 약 30분이 걸리고 주차장 출발 1시간30분이 소요됐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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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숫자가 붙은 테크 쉼터가 나오는데 정상까지 모두 5개가 설치돼 있다. 정상까지 0.6km 못미치는 지점이며 왼편에 관리초소가 있다.

삼거리 왼쪽 길은 정령치로 이어져 성삼재와 연결되는 등로다. 바래봉 능선을 종주하려면 정령치에서 시작하며 승용차로 간다면 용산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택시로 정령치로 이동해 산행을 하는 것이 편리하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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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고리봉-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 삼거리-용산주차장은 13㎞로 산행시간은 약 8시간이 소요된다. 정령치에서 바래봉 삼거리까지 걸었다면 8.8km 지리산 서북 능선을 타고 오른 지점이다.

바래봉 정상을 향해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운봉 로타리클럽에서 조성한 샘터에 찬물이 흐른다. 정상부에 사철 마르지 않는 천연 샘물을 얻을 수 있는 바래봉이 주는 선물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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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쭉쭉 뻗어있는 낙엽송 숲길을 지나 정상을 목전에 두고 전망대에 들어선다. 지근거리에 바래봉 정상이 눈에 담긴다. 듬성듬성 자란 억새가 하얗게 피어 반갑게 손짓을 한다. 천왕봉, 중봉, 반야봉에서 노고단 만복대까지가 유장한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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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파른 데크계단길로 5분 정도 오르면 정상 전망데크를 밟는다. 아담한 정상석이 반기며 사방으로 시야가 열려 있어 광활한 지리산의 중봉, 천왕봉, 제석봉, 촛대봉, 명선봉, 토끼봉, 삼도봉, 반야봉 노고단에 이어 만복대, 세걸산 그리고 세둥치로 이어지는 능선이 꿈틀거리며 가슴에 들어온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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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조망되는 뷰포인트다. 비온 뒤 청명한 대기에 시정거리가 좋아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투명한 풍경이다. 후련하다.

다시 왔던 길을 내려간다. 삼거리에 도착해 용산마을 주차장까지 이어진 넓은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임도는 돌로 포장돼 있기도 하고 시멘트 블록으로 포장돼 있기도 해 산길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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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름인 바래는 스님들의 나무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양에서 온 말로 바래봉은 산세가 둥그스름하고 유순하다. 초보자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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