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에 있는 사람은 크게 화내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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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직에 있는 사람은 크게 화내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8.0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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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4강 치정편(治政篇)…정사를 다스려라④

[한정주=역사평론가] 當官者(당관자)는 必以暴怒爲戒(필유폭노위계)하여 事有不可(사유불가)어든 當詳處之(당상처지)면 必無不中(필무부중)이어니와 若先暴怒(약선폭노)면 只能自害(지능자해)라 豈能害人(기능해인)이리오.

(관직에 있는 사람은 반드시 크게 화내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일을 할 때 잘못이 있으면 마땅히 자세히 살펴서 처리해야 반드시 중용(中庸)에 맞지 않는 것이 없게 될 것이다. 만약 먼저 크게 화부터 낸다면 단지 스스로를 해롭게 할 뿐이다. 어찌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할 수 있겠는가?)

이 구절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여본중의 『동몽훈』 속 ‘관직에 있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세 가지 법도’에 나오는 내용이다.

관리가 크게 화를 내는 것은 여본중이 말하는 ‘관직에 있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세 가지 법도’ 가운데 특히 ‘신(愼)’, 즉 ‘신중함’을 잃어버리는 처사이다. 신중함을 잃게 되면 중용(中庸)을 잃게 된다.

중용에서 ‘중(重)’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지 않으며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것을 말하고, ‘용(庸)’은 항상 존재하는 이치로서 결코 바뀌지 않는 도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중용’이란 치우치거나 기울지 않고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관리가 크게 화를 내게 되면 신중함을 잃게 되고 신중함을 잃게 되면 중용을 잃게 된다는 말은 곧 크게 화를 내는 관리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또는 어느 한편으로 기울거나 혹은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되어서’ 나라 일을 크게 망치게 된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나라 일을 크게 망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신의 몸을 해치게 될 뿐이다. 이러한 까닭에 『천자문』의 여든여섯 번째 문장에서는 “서기중용(庶幾中庸)이면 노겸근칙(勞謙謹勅)이라”고 했다.

풀이하면 “중용에 가까워지려면 부지런히 일하고 겸손하고 신중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정명도는 『근사록』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사람은 이치로서 밝히면 사리가 분명해지는 반면 기운과 분노로서 이기려고 하면 상대방의 분노를 부르게 될 뿐이다.”

이치와 도리로 대하면 사리가 분명해져서 상대방은 순종하거나 복종할 것이다. 하지만 기운과 분노로 대하면 상대방 역시 기운과 분노로 맞서려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치와 도리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관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미덕(美德)이라고 한다면 기운과 분노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관리가 가장 멀리해야 할 악덕(惡德)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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