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절벽 부딪히는 ‘계류의 백미’…무주 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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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절벽 부딪히는 ‘계류의 백미’…무주 덕유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0.06.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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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㉖ 변화무쌍한 폭포·담·소…장대한 능선만 100여리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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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줄 모르도록 진초록이 겹치고 더해지는 6월이다. 풀내음 그윽하고 명주바람은 더없이 맑고 시원하다.

산골짜기의 여름을 알리는 뻐꾸기 소리가 숲의 정적을 깨운다. 싱싱한 계절의 숨결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 한 켠 유년의 그리움이 추억되어 코끝이 시큰해진다.

6월이 오면 산딸기·오디·보리수·잔데·찔레순으로 간식하며 지냈던 어린 시절 그리운 고향의 앞산 풍경은 언제나 노스텔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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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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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깨덩굴. [사진=이경구]

덕유산(德裕山)은 덕이 많은 모산이라 하여 멀리서 바라보면 넉넉한 산세가 어머니의 품같이 부드럽고 푸근하다.

겨울의 상고대, 봄의 철쭉, 여름의 시원한 계곡, 가을의 단풍 등 계절별로 자연의 아름다움이 선경을 이루며 계곡의 유려하고 장쾌한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난다.

한반도 남부를 동과 서로 가르는 소백산맥에서 뻗어내린 덕유산은 전북과 경남의 두 개도에 걸쳐 있으며 능선의 길이만 100여리 길에 이른다. 지리산 주능선, 소백산 주능선, 설악산 서북릉과 함께 우리 산을 대표하는 장대한 능선으로 남한에서 네 번째 높은 산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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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인 향적봉에서 발원한 무주구천동 계곡은 폭포와 담(潭)·소(昭)의 명소들이 변화무쌍해 아름다운 경승지를 이루고 있다. 산자락을 감고 휘돌아 쏟아져 기암절벽에 부딪히며 흐르는 물길은 계류의 백미로 꼽힌다.

오늘은 구천동계곡을 따라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구천동 삼공매표소→인월담→안심대→백련사→향적봉 탐방코스로 편도 8.5km 대략 5시간30분 산행을 시작한다.

덕유산의 대표코스로 맑은 물소리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구절양장(九折羊腸) 굽이굽이 감아 오르는 산길이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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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은 필자의 고향 영동군과 인접해 있어 한여름 구천동계곡에 발을 담궈 더위를 식혔던 추억이 아련하다.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 잠시 후 친절한 이정표 ‘어사길’을 따라 걷는다. 어사길은 암행어사 박문수가 구천동을 찾아 어려운 민심을 헤아렸다는 설화가 전해져 오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이다.

오르막이 없는 평지길로 비파담, 구월담, 안심대 등 맑은 계곡수가 힘찬 기운으로 쏟아지는 비경을 보며 걷는 편안하고 순한 길은 백련사까지 이어진다. 매표소에서 2시간 걸렸다.

주목. [사진=이경구]
주목. [사진=이경구]

백련사는 청정한 구천동계곡 끝자락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신라 신문왕 때 창건한 백련사는 금산사의 말사다. 산사 뒤로 백두대간 덕유산 능선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경사가 가파른 난코스 나무 계단길이다. 정상까지 2.5km 거리지만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아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계단길에서 칠봉 방향으로 조망이 터진다. 첩첩이 겹치고 펼쳐지는 산등성이가 아득하다. 탐방로 옆으론 연분홍 철쭉의 얼굴이 환하여 감미롭다.

진땀을 한 번 더 쏟으며 조금 더 치고 오르니 드디어 정상 향적봉에 닿는다. 구천동 탐방지원센터에서 2시간 소요됐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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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알리는 빗돌엔 1614m를 알리며 소망을 품은 돌탑이 고요하게 자리한다. 향적봉 조망은 탁 트여 말 할 나위 없이 광대하고 경이롭게 펼쳐져 있다. 부드러운 능선 따라 끝없이 중첩된 산그리메의 물결이 파도가 되어 일렁거리는 풍광이다.

향적봉 하단에 대피소와 화장실이 설치돼 있고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주목은 천년을 살아가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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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 향적봉에서 시야가 좋은 날에는 남쪽으로 지리산, 동쪽으로 가야산, 서쪽으로 계룡산이 조망되고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은 풍경이 경이로울 만큼 아름답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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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려 올라온 자에게 아낌없이 주는 대자연의 보상인 산상 감상의 여유를 만끽하고 하산길은 설천봉(1520m)으로 내려가 곤돌라를 타고 무주리조트로 내려오는 방법으로 발품을 덜었다.

옥황상제관이란 뜻의 상제루는 설천봉의 상징이다. 곤도라를 타고 9분이면 설천봉에서 리조트까지 내려올 수 있다. 상제루 휴게소에서 아득한 능선을 보며 휘어졌던 어깨를 곧게 펴본다.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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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지친 햇살은 비스듬히 몸을 누이고 머리 위로 구름이 흐른다. 공기가 청량하다. 덕유산의 푸르름은 추억으로 남겨 놓은 채 다시 일상을 채근해 본다.

[사진=이경구]
설천봉 상제루.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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