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 이통사 고객 묶어두기 ‘선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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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 이통사 고객 묶어두기 ‘선보험’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11.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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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유플러스는 ‘제로클럽’을 선보이며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내놓았다.

이동통신사들의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에 대해 방통위가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가입고객들 사이에서 실익은 없고 가입자 발을 묶어두려는 선보험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고폰 선보상 제도란 새롭게 구매하는 단말기를 18개월 후 반납하는 조건으로 미리 신규폰의 중고가격을 할인받는 제도다. 18개월 뒤 단말기를 반납하지 않으려면 보상받은 금액을 12개월 할부로 납부하면 된다.

LG유플러스는 ‘제로클럽’, KT와 SK텔레콤은 각각 ‘스펀지 제로 플랜’과 ‘프리클럽’을 내놓고 최대 38만원부터 최저 30만원까지 단말기 중고가격을 미리 차감하는 선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가 단말기의 중고가격을 미리 계산해 할인해 주는 것처럼 보이는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은 자세히 뜯어보면 꼼수가 숨어있다.

먼저 적용되는 단말기가 제한적이다. SKT와 KT는 노트4, 갤럭시S5,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4가지 모델을, LG유플러스는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에만 적용하고 있다.

중고시장에서 그나마 거래되는, 소위 잘나가는 최신폰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요금제에도 함정은 있다. 중고가격을 할인해준다고 저렴한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SKT와 KT의 경우 요금 약정할인을 제외한 누적 기본료가 80만원 이상일 때 가입할 수 있고 LG유플러스는 최소 62요금제에 가입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LG유플러스를 제외한 통신사들은 개통시 요금제 제한이 없다고 하지만 18개월 이후 80만원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선보상 할인 금액을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최소 67요금제에는 가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62요금제로 선보상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되면 18개월 후 약 69만원으로 80만원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이용자마다 혜택이나 할인 적용 등으로 요금이 다르겠지만 이통3사 대리점을 찾아 발품을 팔아도 월 납입금액은 최소 6만5000원에서 7만원 정도였다.

만약 80만원에 이르지 못할 경우 선보상 할인받은 금액인 38만원은 위약금 형식으로 반납을 해야 한다.

실제 대리점을 찾아 선보상 요금제와 일반 요금제를 비교해 보았다. 아이폰6·2년 약정 기준 SK텔레콤 프리클럽 이용시 최소 7만4040원, 일반 가입시 8만4930원이고 KT의 경우 제로플랜 이용시 67요금제 적용 7만3150원, 일반 가입시 8만4090원, LG유플러스의 제로클럽 이용시 6만5000원, 일반가입시 7만4000원이었다.

언뜻 일반요금제가 선보상 요금제보다 1만원 정도 더 비싸게 보이지만 이는 착시현상이다.

일반 가입 24개월 약정이 선보상요금제보다 24만원을 더 부담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18개월 후 기기를 반납해야 되고 반납조건도 까다로워 실제로는 더 손해다.

특히 18개월 후 반납 조건은 고객을 묶어두기 위한 방편이다.

SK텔레콤은 외관에 흠집이나 변색된 부분이 있을 경우 반납이 불가하다. KT는 액정이 파손되지 않고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를 보상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때 단말기뿐만 아니라 충전기나 펜 등도 반납해야 된다.

LG유플러스는 전원이나 볼륨 버튼이 파손되지 않고 본체 및 액정에 금이 가거나 깨지지 않고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사진 저장 및 번호키 터치가 가능해야 한다.

이통3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아무 이상 없는 단말기를 반납해야 된다는 것이다. 결국 단말기 반납 시 수리비용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리점들은 단말기 보험을 권하는데 이 또한 가격대마다 보장금액이 천차만별이다. 최소 2000~5700원의 금액이 요금제에 추가된다.

예를 들어 KT 아이폰6 67요금제에 가입했을 때 단말기 보험료는 5700원. 청구 요금은 7만3150원이다. 한 달 실제 지출되는 요금은 7만8850원인 셈이다.

또 가입 18개월 후 사용하던 중고폰을 반납하고 새 폰으로 다시 바꿔야 하고 반납하지 않거나 타 이동사로 옮길 경우 할인받은 중고가격을 다시 납부해야 한다.

즉 완전한 선보상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18개월마다 새 폰으로 바꾸고 이통사도 옮겨갈 수가 없는 것이다.

선보상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는 김용우(29세) 씨는 “18개월 후 반납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내 폰을 쓰는 건지 임대·렌트폰을 쓰는 건지 가끔 헛갈린다”며 “리스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건을 따져본 뒤 가입하지 않았다는 박철성(32세) 씨는 “아이폰의 경우 중고로 되판다 해도 30~4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30만원 선할인 후 다시 반납해야 하는 등 메리트 없는 요금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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