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일찍 끊겼다고 폭행”…작년 서울지하철 감정노동피해 17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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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일찍 끊겼다고 폭행”…작년 서울지하철 감정노동피해 176건
  • 김윤태 기자
  • 승인 2021.02.0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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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피해 예방을 위한 서울지하철 역사 내 홍보 스티커. [서울교통공사 제공]
감정노동 피해 예방을 위한 서울지하철 역사 내 홍보 스티커. [서울교통공사 제공]

지난해 서울 지하철역 직원에게 발행한 감정노동 피해사례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취객의 폭언·폭행으로 나타났다.

역사나 전동차 내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취객이 주를 이뤘지만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직원에 대한 폭언·폭행도 많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작년 한 해 서울 지하철역 직원에게 발생한 감정노동 피해사례는 총 176건으로 월평균 14건이었다고 2일 밝혔다.

감정노동은 업무 과정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통제하고 고객에게 맞출 것을 요구받는 형태의 노동을 의미한다.

피해사례 중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한 것은 취객 안내 시 폭언·폭행이었다. 술에 취해 역사나 전동차 내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난폭한 모습을 보이는 승객이 이를 제지하는 직원에게 욕설 등 모욕적 언행과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 4월2일 0시10분경 열차 운행이 종료된 이후 술에 취해 1호선 서울역에 찾아온 한 승객이 지하철 운행이 왜 벌써 끊겼냐며 큰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서울역 직원 A씨는 승객에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소독 등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승객은 계속해서 ‘내가 타고 갈 지하철을 내놓으라’는 무리한 요구를 계속한 끝에 급기야 A씨를 폭행했다. A씨는 TF의 도움을 받아 승객을 폭행죄 등으로 고소했으며 해당 사건은 검찰로 송치(기소 의견)된 상태다.

부정승차로 적발돼 부과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앙심을 품어 폭언을 내뱉고 심지어 도주하는 승객을 붙잡자 성추행으로 맞고소를 하겠다며 협박하거나 지속적인 업무방해 행위를 이어가며 직원을 괴롭히는 사례도 있었다.

작년 2월13일 21시경 3호선 남부터미널역 직원 B씨가 무단으로 지하철을 탑승한 승객을 발견하고 이를 단속해 부과금 납부를 요청했다. 승객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기에 부과금을 납부할 수 없고 오히려 직원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과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는 B씨의 말에 승객은 B씨에게 욕설을 내뱉었고 경찰 신고 시 맞고소할 것이며 업무를 똑바로 하지 않는다며 감찰부서에 고발하겠다는 협박성 언행도 이어갔다. B씨는 TF의 도움을 받아 승객을 폭언 등을 이유로 고소했지만 승객은 기소유예(범죄행위는 인정되나 검사가 기소하지 않음) 처분을 받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작년 마스크 미착용 신고를 받고 전동차 안 등 현장으로 출동해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직원에게 폭언을 내뱉거나 폭행을 가하는 사례도 많았다.

작년 7월13일 아침 8시20분경 5호선 전동차 내부에서 마스크를 안 쓴 승객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직원 C씨는 미착용 승객을 발견하고 정중히 주변 신고가 있어 왔으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승객은 마스크를 쓰고 안 쓰고는 자신의 자유라며 이를 거절했고 재차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C씨를 오히려 폭행했다. 승객은 이후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외에 개인 유튜브 중계 등을 위해 상습적으로 역사 내에서 시위를 진행해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주는 질서저해자를 제지하다 오히려 이들에게 폭언·폭행을 당하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들이 있었다.

작년 3월9일 14시20분경 2호선 문래역에서 자신이 지하철서 잃어버린 가방 속에 거액의 가상화폐가 있었다며 이를 변상할 것을 2019년부터 요구해 역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고객안전실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거나 타인의 길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와 함께 시위를 진행하던 상습 질서저해자를 역 책임자 D씨가 말리다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D씨는 TF와 함께 가해자를 고소했고 가해자는 철도안전법 위반과 업무방해죄 등이 인정돼 징역 1년6개월 형을 받아 현재 수감 중이다.

감정노동의 중요성은 2010년대 이후 크게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감정노동 종사자에 대한 보호가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2018년 10월 18일 ‘감정노동자보호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새로운 시행이다.

공사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노동조합(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함께 논의한 끝에 도시철도 업계 최초로 감정노동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전문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감정노동보호전담TF’을 작년 2월 신설해 활동을 개시했다.

TF 활동을 거쳐 심리상담을 받은 직원이 69명, 치료비 지원이 27건(지원금액 247만원)이었다. 감정노동 전임 직원이 경찰서 동행·전화상담 등으로 피해직원을 지원한 사례는 총 338건이었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보건환경처장은 “서울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거대한 공간인 만큼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 감정노동의 빈도와 강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직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감정노동 피해 사례가 발생 중”이라며 “공사도 제도 보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나아가 시민 고객들께서도 고객과 마주하는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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