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닮은꼴’ 상장사 43개…지분 5% 이상 일본계 주주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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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닮은꼴’ 상장사 43개…지분 5% 이상 일본계 주주 보유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6.08.0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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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기업硏, 13개 상장사는 일본계가 주인…자동차·전자 부품 제조사에 ‘눈독’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을 응축한 표현은 ‘내한외일(內韓外日)’이다.

내용면에서는 핵심 기업이 국내에 소재하고 직원 대다수를 한국민으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상당 금액의 투자도 한국 내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지분 소유를 통한 지배구조 차원에서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국의 롯데 계열사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실질적인 지배를 하고 있다.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일본의 광윤사다. 때문에 지배구조상 한국의 롯데그룹은 공식적으로 일본 기업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더라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기존 일본 기업이 갖고 있는 지분율만 다소 낮아질 뿐 지배구조 자체까지 변하지는 않는다. 50% 지분에 1주만 더 갖고 있어도 한국 계열사를 얼마든지 일본 기업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굴레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지녔다. 롯데의 국적 논란은 지분 구조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이상 쉽사리 끝나지 않는 이유다.

3일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일본 주주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43개사로 조사됐다. 이들 43개 상장사의 주식가치는 지난 1일 기준 2조원이 넘었다.

특히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은 국내 핵심 산업인 자동차와 전자부품 제조 업종에 비교적 많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내 상장사 중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일본 법인 및 개인주주를 전수 파악했다. 보유 주식은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기준 현황을 기초로 했고 주식평가액은 8월1일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이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적이 일본인 법인 혹은 개인주주가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가진 곳은 유가증권 21개사, 코스닥 22개사로 총 43개사였다.

이들 43개 상장사 중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일본 주주는 6개사나 됐고 20~50% 미만 지분 보유 기업도 9개사로 나타났다. 10~20% 미만 사이는 12개사, 10% 미만 지분율을 보유한 회사는 16개사로 분포됐다.

조사 대상 43개사의 지난 1일 기준 주식평가액 가치는 총 2조2704억원이었다. 지분 가치가 가장 많은 기업은 KT 지분을 5.46% 보유한 NTT도코모로 지분 가치만 4648억원이나 됐다.

쌍용양회 최대주주인 태평양시멘트도 주식평가액이 4106억원에 달했다. 이외 BNK금융지주 일본주주인 (주)롯데(2760억원), 티씨케이 최대주주 도카이카본(1512억원), 기신정기 최대주주 후다바전자공업(1027억원) 순으로 지분 가치가 컸다.

이 중 BNK금융지주에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롯데는 동경 신주쿠에 위치한 일본 국적이라고 금융감독원에 명확히 명시돼 있다. 지분 소유 보고자는 공식적으로 일본 국적의 롯데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지분은 롯데와 특수관계인에 속하는 롯데장학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가진 일본 주주의 지분 가치가 1000억원 이상 되는 곳은 6개사, 500억~1000억원 미만은 4개사로 나타났다. 43개사 중 33개사는 500억원 미만이었다.

참고로 5% 미만 지분 보유자 중 포스코 지분을 4.18% 가진 신닛테츠스미킨의 주식평가액은 8309억원이었다.

◇ 국내 13개 상장사 주인은 일본 개인·법인
일본 주주가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43개사 중 13개사는 최대주주로 활동하고 있었다. 사실상 일본 주주가 주인인 회사들이다.

새론오토모티브(최대주주 닛신보 홀딩스), 기신정기, 대동전자(강정우), 모아텍(미네베아), 에스씨디(일본전산산교), 에스텍(포스타전기), 티씨케이(도카이카본), 삼아알미늄(도요알미늄), 코리아에스이(SE), 유니슨(도시바코퍼레이션), 쌍용양회, 에너토크(서부전기)가 여기에 포함됐다.

이중 대동전자만 최대주주가 개인이고 나머지 최대주주는 법인이었다.

대동전자 최대주주 강정우는 1977년생으로 대동전자 창업자 강정명 회장의 아들이다. 금융감독원에 최대주주 강정우의 공식 국적은 일본으로 기재돼있다.

이들 일본 주주가 최대주주인 국내 상장사 13개사의 작년 매출액 규모는 2조4601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2조4357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매출은 1%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점프했다. 작년 영업이익은 2415억원으로 전년 1856억원보다 558억원 상승했다. 평균 영업이익률도 2014년 7.6%에서 2015년 9.8%로 높아졌다.

매출액이 가장 큰 회사는 쌍용양회였다. 과거 쌍용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쌍용양회는 지난 2000년 10월 일본 기업 태평양시멘트에 경영권을 넘겨줘야 했다.

쌍용양회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161억원으로 전년 1조3870억원보다 2906억원 뛰었다. 영업이익도 2014년 1179억원에서 2015년 1629억원으로 450억원 증가했다. 한 해 사이에 매출은 2.1%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8.2% 상승한 것이다.

쌍용양회를 제외하면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회사는 6개사였고 1000억원 미만도 6개사로 파악됐다.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가진 일본 주주 중 스미토모상사, NTT도코모, 미네베아는 2개사 이상에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미토모상사는 국내 상장사 경인양행과 동방아그로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경인양행에는 9.78%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동방아그로에는 18.32%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NTT도코모는 KT의 지분 5.46%를 보유하고 있으며 알서포트에서는 15.4% 지분을 갖고 있다.

일본법인 미네베아도 국내 상장사 KJ프리텍과 모아텍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네베아는 전자부품 제조사인 코스닥 업체 모아텍의 최대주주이면서 플라스틱 제조사인 KJ프리텍에서도 7.75% 상당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J프리텍의 최대주주는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전 부회장은 411만3000주(20.58%)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대 주주인 일본법인 미네베아는 특수관계자에 속하는 모아텍이 갖고 있는 주식 수와 더하면 411만2056주(20.57%)나 갖고 있다. 이기태 최대주주와 불과 1000주 차이도 나지 않는다.

◇ 국내 자동차·전자부품 업종에 다수 진출…M&A 표적될 수도
일본 주주가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가진 43곳의 업종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부품사가 비교적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는 금호에이치티(일본 주주명 도시바라이팅앤테크놀로지), 화진(디아이씨), 새론오토모티브가 포함됐다. 또 전자 부품 제조사로는 모아텍과 마이크로컨텍솔(쿄에이코리미티드)이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 비상장사 중 한국에 진출한 자동차와 전자부품 제조사는 10곳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계 주주가 지분 50% 이상 확보한 대표적인 일본계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로는 (주)경신, 덴소코리아일렉트로닉스, 한국타카타, 고요지코코리아, 다이셀세이프티시스템즈코리아, 한국대풍, 한국후꼬꾸, 한국야스나가, 대한공기, 한국쯔바키모토오토모티브, 현단산업, 한국오모론전장 등이 포함됐다.

이중 경신은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대기업이다. 경신은 일본 스미토모 그룹 계열사가 50% 지분을 보유하고 김현숙 경신 회장과 이승관 대표이사 등이 50% 지분을 보유한 한·일 합작회사다.

덴소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3780억원 규모였고 현단산업은 2568억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한국오므론전장과 한국타카타도 매출액이 2196억원, 2043억원 수준을 보였다.

전자부품 비상장사로는 히로세코리아, 한국경남태양유전, 한국태양유전, 린텍스페셜러티필름코리아, 한국호야전자 등이 포함됐다.

히로세코리아의 매출은 2854억원이고 한국경남태양유전은 2409억원의 매출을 보였다. 한국태양유전과 린텍스페셜러티는 작년에 각각 1652억원, 11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호야전자도 1026억원으로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회사군에 이름을 올렸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 소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기업들은 여러 업종에 걸쳐 국내에 다수 진출해 있는 상황”이라며 “경우에 따라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일본의 M&A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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