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경제학으로 읽는 한국사회의 약자들…『99%를 위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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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경제학으로 읽는 한국사회의 약자들…『99%를 위한 경제학』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11.0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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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사건은 경제학 이론에서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의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전통 경제학은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자신의 지불 의사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가정하지만 실상 소비자는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반면 기업들은 소비자의 비합리성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이용해 더 큰 이윤을 얻는다. 기업들은 가격 책정만이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 ‘남들은 다 가지고 있다’, ‘남들에게 잘 보일 수 있다’는 기준점을 제시하면 구매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도 기준점 역할을 하며 소비자의 지불 의사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10만원이라는 할인 전 가격은 기준점 역할을 하며 2만원이라는 할인 가격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신간 『99%를 위한 경제학』(생각의힘)은 주류경제학을 공부한 저자가 최근의 경제학 실증 연구를 활용해 경제학의 내재적 전복을 시도하는 책이다. 즉 제목처럼 99%를 위해 1%의 경제학을 뒤집으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퍼듀(IUPUI) 대학에서 미시경제학을 가르치는 김재수 교수는 주류 경제학의 언어와 방법을 준용하지만 그 메시지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을 향한다. 때문에 딱딱하고 부담되는 경제학 서적들과 달리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상일들을 엮어가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특히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낳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비판하지 않고 ‘노력’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기성세대의 조언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노오력’이라는 신조어도 저자는 경제학으로 풀이한다.

즉 ‘노력’은 기대편익과 기대비용의 차이가 극대화되는 최적 수준이지만 ‘노오력’은 그 이상의 수준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비용이 편익보다 큰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언제 ‘노오력’을 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저자는 세월호 사건 역시 경제학적으로 접근한다.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의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진을 위해서는 과거를 매몰비용 처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직 포기하기 이르다고 판단할 때는 기회비용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를 언제나 매몰비용 처리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편안하게만 살고 싶은 이들입니다. 하지만 역사를 만들어 온 이들은 매몰비용 속에서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길어 올리는 사람들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매몰비용 처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입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에 대해 “경제학을 배우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들”이라면서도 “낮을 곳을 향해 저항하는 주류 경제학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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