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값 내려도 삼겹살값은 요지부동인 이유…『거꾸로 보는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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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값 내려도 삼겹살값은 요지부동인 이유…『거꾸로 보는 경제학』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6.09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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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가면 삼겹살 가격도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식당에서 파는 삼겹살 값은 요지부동이다. 식당 주인의 계산 방식은 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겹살의 도매가격이 kg당 2만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대개 식당에서는 200g을 1인분으로 계산하는데 대략 1인분에 1만4000원쯤 받는다.

식당 주인은 2만원어치 삼겹살(5인분)을 사와 7만원에 팔아 5만원을 남기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이 5만원으로 가게 임대료도 내고 직원들 월급도 준다.

그러다 삼겹살의 도매가격이 kg당 1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고 치자. 식당 주인은 삼겹살 1kg(5인분)을 1만원에 사올 수 있지만 그래도 5만원은 남겨야 임대료도 내고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어 6만원은 받아야 한다.

결국 산지 삼겹살 가격은 반 토막이 났지만 그 식당의 삼겹살 가격은 1인분에 1만2000원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흔히 내놓는 데이터가 PIR(소득대비 주택 가격)이다. 그 나라의 집값과 그 나라 국민의 소득을 비교해볼 때 소득보다 집값이 높으면 그 나라의 집값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나라의 집값은 소득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는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에 비해 PIR이 높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PIR은 30배가 넘고 필리핀 세부의 PIR은 25배를 넘나든다. 그렇다고 프놈펜의 집값은 서울의 아파트보다 거품이 세 배 더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나라의 집값에 거품이 있는지는 다른 나라와의 비교보다는 그 나라의 과거 PIR에 비해 현재의 PIR이 어떤지를 비교해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런 분석 역시 오차는 있을 수 있다. 같은 나라라도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현재나 과거에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와 관련한 오해의 거품은 이른바 전문가들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본인의 주장과 부합하는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그것이 평소 본인의 생각이나 상식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대중들에 의해 완성된다.

바로 경제에 대해 깊은 고민도 하지 않고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언론에 등장해 이런저런 주장을 펼치고, 그런 주장들이 마치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잘못 받아들여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언론(Media)이 만들어 놓은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이라는 의미의 미디어매크로(Mediamacro) 현상이다.

신간 『거꾸로 보는 경제학』(알에이치코리아)은 하나의 경제 현상을 고찰할 때 숫자에만 의존하거나 이면을 살피지 못한 고찰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경제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반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던 것들에서도 고민해 볼 만한 포인트를 짚어낸다.

저자는 그 어떤 생각, 누구의 주장이라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거꾸로 생각해볼 때 이념이 진보하고 대안이 도출된다는 믿음만이 우리가 오래 간직해야 할 유일한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정답이 없을 수밖에 없는 경제 분야의 지식에 접근할 때는 그러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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