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작년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 11.2%…삼성전자 7.6%보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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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작년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 11.2%…삼성전자 7.6%보다 높아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6.05.0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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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2만기업연구소, “조선업 인건비 절감해야 회생…2%포인트 낮추면 9000억원 절감”
 

‘동위이해(同危異解).’ 위기는 같지만 해법은 다르다. 조선과 해운업이 처한 상황을 한 마디로 응축한 신조어다.

국내 조선과 해운업은 외부 수혈을 받아야 생존할 정도로 깊은 수렁에 빠졌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처지다.

하지만 위기를 빠져나오는 묘책은 서로 다르다. 해운업은 높은 부채비율이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용선료(선박 임대료) 인하 협상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용선료가 인하되면 부채와 매출원가가 동시에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반면 조선업은 부채보다 내실 악화라는 늪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비용을 줄여야 하는 긴급 처방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중에서도 인건비 절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소장 오일선)가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조선 3社의 매출대비 인건비를 분석한 결과 작년 보다 2%p까지 낮추면 9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절감된다고 9일 밝혔다.

국내 조선 업계를 이끌어가는 빅3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다. 조선 업계 100대 기업 중 이들 세 회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3.5%나 된다.

현대중공업이 38.1%(24조4723억원)로 가장 덩치가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20.8%(13조3663억원), 삼성중공업은 9조3329억원(14.5%)이다.

조선3사 중에서도 위험 수위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위험 경보음이 가장 크게 울린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무려 7308%에 달했다. 기업이 존립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수치다.

최근 2년간 누적 영업적자도 3조8310억원이나 됐다. 여기에 저성장 시대를 맞고 있다는 3중고에 처했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작년 기준 각각 144%, 298% 수준이었다. 재무 건전성에 위급할 정도의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은 아니다. 다만 큰 폭으로 발생한 영업적자라는 내실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들 빅3가 매출액에서 인건비(매출원가 및 판관비에 포함된 인건비 합산액)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1.2%다. 이는 해운 빅2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평균 2.0%보다 5.6배 높다. 또한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 7.6%와 비교해도 인건비 비중이 큰 편이다.

해운사가 용선료 인하에 승부를 걸고 있다면 조선사는 인건비를 얼마까지 낮출 수 있을 지가 중요 관건이다. 위험 수위는 다르지만 조선3사 모두 지금보다 인건비를 줄여야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해법이 비슷하다.

 

세 회사 중에서는 작년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의 인건비 비중이 가장 컸다. 삼성중공업의 작년 인건비는 매출 대비 13.7%나 차지했다. 때문에 조선3사 중 삼성중공업이 인건비 부분을 가장 큰 폭으로 낮춰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부터 삼성중공업 인건비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1년에는 작년보다 5%포인트 낮은 8.7%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인건비 비중이 매년 증가했다. 2012년 9.1%, 2013년 9.6%로 올랐고 2014년에는 10.1%로 상승했다. 그러다 작년 13.7%까지 인건비 비중이 커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5% 이상 떨어졌다. 당시 영업적자도 1조6000억원 이상 되는 쓴맛을 봤다. 하지만 전체 인건비는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출 대비 인건비가 14%까지 육박했던 것이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5년간 인건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1년 8.3%에서 2012년 8.4%, 2013년 8.5%, 2014년 9.9%, 2015년 9.9%로 상승했다.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9%를 넘기 시작한 2014년과 2015년에는 영업적자를 봤다.

대우조선은 이미 5년 전부터 인건비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10.2%, 10.0%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매출 대비 8~9%대 인건비를 유지할 때 대우조선 인건비는 10%를 넘어선 것이다. 2013년 9.1%로 다소 낮아졌지만 2014년 9.6%, 2015년 10.0%로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 소장은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을 때 인건비 포지션은 덜 중요해 보일 수 있지만 영업적자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인건비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경영상 큰 부담이 된다”며 “특히 조선3사가 앞으로 저성장 시대를 견뎌내려면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작년보다 1~2%포인트는 더 낮춰야 기업 회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조선3사 인건비 2% 낮추면 7000만원 연봉자 1만3000여명분 절감

먼저 현대중공업의 경우 작년 9.9%나 되는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8.9%로 1%포인트 낮출 경우 한 해 2400억원 정도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작년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액(7800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3000여명에 달하는 인건비 금액이다. 2013년도 인건비 수준인 8.5%까지 낮출 경우 3400억원 정도 비용이 줄어든다.

삼성중공업은 우선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10% 아래로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삼성중공업의 인건비 비중은 2011년 8.7%, 2012년 9.1%, 2013년 9.6%, 2014년 10.1%로 증가했다. 작년 기준으로 삼성중공업 매출 대비 인건비를 10%로 유지했어도 3400억원 정도를 아껴 영업적자 폭을 좀 더 줄일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계적으로 13.7%에서 2%포인트 줄인 11.7%로 낮추면 1800억원 정도 규모다. 이는 직원 2600명분에 해당하는 인건비 액수다.

대우조선도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10%에서 1%포인트 낮춘 9%로 낮출 경우 1300억원 정도를, 8%까지 낮출 경우 2600억원 정도 비용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 규모로 따지면 대략 1700~3500명에 지급되는 인건비 금액이다.

조선3사의 작년 기준 직원 수는 5만4582명이다. 이들 세 회사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작년보다 1%포인트 낮추면 4500억원 정도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년에 평균 7000만원을 받는 직원 6400여명에 달하는 인건비 액수다. 2%포인트까지 줄어들면 9000여억원에 1만3000여 명에 상당하는 인건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근로자 대표 경영 참가 제도 도입 요구 거세질 듯

현재 위기에 처한 조선3사가 회생하려면 정부 지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 자체별 자산 매각이나 비용 절감 등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인건비 절감을 포함한 자구책 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건비 절감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을 일정 부분 삭감하는 방안이 있다. 이럴 경우 최소 10%에서 최대 30%까지 기존 연봉보다 줄어드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노사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두 번째 방안으로 정리해고와 같은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인력 구조조정을 거부할 경우 정부 지원은 끊어지고 회사는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서 선택의 폭은 매우 적은 편이다.

오일선 소장은 “정부 차원에서 조선사별로 강점이 있는 분야 등을 가려내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업계 산업 구조조정이 끝난 이후에야 각 회사별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오 소장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 등으로 가장 큰 피해는 결국 근로자가 직접적으로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진 책임과 관련해 향후 근로자 대표도 경영에 참가하는 제도 보완 등의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견제할만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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