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예금·주식 비중 줄고 보험·연금 증가…보수적 통화정책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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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예금·주식 비중 줄고 보험·연금 증가…보수적 통화정책 영향”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6.05.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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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험과 연금에 대한 가계 투자는 늘어난 반면 예금과 주식투자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2월말 기준 가계의 예금 비중은 48.9%에서 지난해 말 43.1%로 감소했고 주식투자 역시 21.2%에서 19.4%로 축소됐다.

반면 보험·연금의 비중은 2008년 24.6%에서 지난해 말 30.6%로 증가했다. 이는 독일과 일본 가계의 연금·보험 비중과 유사하다.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세제혜택이 보험·연금 상품에 집중된 것을 단기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고령화와 은퇴에 대한 예비적 저축에 힘을 쏟아 안정성과 적절한 수익률에 초점을 맞춘 연금과 보험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중반 저금리 충격 하에서 높은 수익률을 찾아 예금에서 주식으로 가계자산을 1차 리밸런싱한 이후 고령화라는 충격에 대비해 안정성을 위주로 최근 몇 년 동안 연금과 보험의 비중을 늘려나간 것이다.

여기에 보수적인 통화정책의 영향도 컸다.

2012년 이후 국내경제는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디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졌다. 그러나 낙관적인 경제전망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보수적으로 운용됐다.

보고서는 “흔히 명목 기준금리가 역사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하지만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명목 금리가 아닌 물가를 고려한 실질금리 수준”이라며 “물가가 금리조정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면 통화정책은 실물경기 변화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화정책의 보수성은 한국의 실질정책금리가 2009년 이후 매우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동시에 실질정책금리가 경기의 취약성을 방어하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경기와 물가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졌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 불확실성은 국내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며 “통상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가계가 주식투자를 꺼려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주식의 매력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향후 기대수익률과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채권수익률을 차감해서 구해진다.

현재 코스피 리스크 프리미엄은 1분기 기준 5.6%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가계 역시 채권투자 비중과 비교했을 때 주식 투자비중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연말까지 정책금리의 경로는 실질기준으로 봤을 때 어떠한 시나리오에서도 현재 수준보다 낮아진다”고 전망했다.

일단 물가의 경로측면에서 상반기 소비자물가 1.0% 내외에서 하반기에는 1.5% 내외로 상승하면서 전반적으로 하반기 물가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기준금리가 연내 인상보다 동결내지 인하 가능성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연말쯤에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리스크 프리미엄이 빠르게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가계가 주식 비중을 확대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현재 시점에서 가계가 주식투자 비중을 줄였던 제약조건이 완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우 연구원은 “고령화 충격에 대비한 자산배분과 보수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장기평균을 상회한 실질금리라는 두 가지 제약조건 변화를 감안해 본다면 향후 한국의 가계가 현재까지 보여준 형태와 다른 자산배분에 나설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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