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에 덧댄 상황·인격의 다중성과 다면성”…OCI미술관 오세경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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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에 덧댄 상황·인격의 다중성과 다면성”…OCI미술관 오세경 개인전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7.22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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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 acrylic on Hanji, 93×93㎝, 2016

오세경 작가의 작업 곳곳에는 여고생이 꾸준히 등장한다. 부업으로 해 온 오랜 강사생활 속에 찾은 작가만의 도상이다.

회색에 너무 일찍 눈을 뜨고 회색 세상으로의 돌입을 앞둔, 그래서 더 안타깝고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가치를 암시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신념이든 상관은 없다.

작품 ‘이별’에서 3명의 소녀는 서로 손을 굳게 마주 잡고 있다. 마치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연상케 하지만 어쩌면 삼각관계일지도 모른다.

OCI미술관이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2016 OCI YOUNG CREATIVES’를 마무리할 전시로 오는 28일부터 8월21일까지 오세경 개인전 ‘Achromatic Centricity: Grey Temperature’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은 ‘어중간(於中間)’의 근방을 배회하는 이런저런 단어의 사슬이다. ‘중간’ 자체도 애매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어중간은 그 의미를 풀어보면 심지어 정가운데도 아니고 거의 중간 즈음을 뜻한다. 그야말로 애매함 중의 애매함. 절대 애매함이다. 흑도 백도 아니니 잿빛(grey)이고 이 색 저 색 다 뭉뚱그리니 무채색(achromatic)일 수밖에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어중간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럴 수도 그리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 또한 어중간이다. 수직선의 중심(centricity) 0에서는 음수로도 양수로도 갈 수 있고 온도(temperature)는 오르고 또 내리는 게 일상이다.

결국 상황과 인격이 지닌 다중성과 다면성을 회색에 빗댄 셈이다.

작가는 각 변 약 4m의 정방형 대형 작업을 비롯한 10여점의 회화와 단지 숫자 3을 연상시키는 알 수 없는 모양새의 설치 작업 등을 통해 ‘사회적 이슈-주변과의 관계-개인사’로 시선을 옮긴다.

▲ 짝꿍, acrylic on Hanji, 130×97㎝, 2015

작품 ‘짝궁’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면 볼수록 더 크게 뒤얽힌 주변의 정황과 해결의 막연함을 토로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어떻게 해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을지 그 막연함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크다.

그래서 단지 어느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끝낼 만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인명의 희생과 가치의 상실에 대한 애도였다.

그렇게 ‘죽음’은 작가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넘어선 어떤 한계를 절감하는 계기가 되곤 했다.

종교의 건재를 떠올려 보면 죽음은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초월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접한 해변에 올라와 자살하는 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설에도 아직까지도 정확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죽음뿐만 아니라 죽음을 둘러싼 배경이나 사정마저 경험과 과학의 영역 바깥에 숨바꼭질하듯 꼭꼭 숨어 도무지 알 도리가 없음은 작가에게 그야말로 세상을 꽉 채운 불확실성과 막연함에 대한 통감을 안겨다 주었다.

그 심정은 작품 ‘숨바꼭질’에서 학생들이 숨바꼭질하며 놀던 광경과 오버랩 된다.

▲ 숨바꼭질, acrylic on Hanji, 162×1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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