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매일 목숨 담보로 작업”…경북 구미공장 유기화합물 인체 노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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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매일 목숨 담보로 작업”…경북 구미공장 유기화합물 인체 노출 우려
  • 박철성 칼럼니스트·다우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6.11.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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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핫 키워드] 직원들 “마스크·고글 유일한 안전장비”…공장측 “유해물질 나오지 않는다”
▲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전경.

[박철성의 핫 키워드] 직원들 “마스크·고글 유일한 안전장비”…공장측 “유해물질 나오지 않는다”

LG디스플레이의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사망사고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월12일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에서는 P8 라인 9층 TM 설비에서 유지보수 작업 중 질소 가스에 질식돼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당시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은 LG디스플레이 파주 P8 공장 내 E3 라인의 모든 작업을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 아울러 P8 공장 전체에 종합진단을 받도록 했다.

사건 당시 김진태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장은 “사고현장을 두 차례 둘러본 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E3 라인 전체에 대해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면서 “질소가스를 사용하는 다른 사업장에 대해서도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사항이 확인될 때에는 작업을 중지시키는 등 강력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유해물질에 노출된 LG디스플레이 공장에 대한 제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구미 E5 공장 직원들은 실제 유해물질과 함께 생명을 담보로 작업하고 있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최근 LG디스플레이 경북 구미 E5 공장에서는 6세대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생산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7월 핵심장비가 반입됐고 생산라인 세트업, 시험운용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월과 올해 4월 각각 1조500억원, 4500억원 등 총 1조5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구미에 이미 지난 2008년부터 4년간 약 4조원을 투자해 IT·모바일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2012년부터 중소형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2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1995년부터 18조원 이상 투자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야심차게 통 큰 투자를 감행한 것.

하지만 직원 안전에 대한 투자는 빈약했다. 익명을 요구한 LG디스플레이 경북 구미공장 직원 A씨는 “OLED를 구성하는 유기화합물은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면서 “그 흔한 안전보호구의 착용조차 하질 않고 위에서 시키니 어쩔 도리 없이 위험한 작업을 하는 처지”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또 A씨는 “회사 내부에서는 윗사람 눈치 보기 바쁘고 이런 내용을 쉬쉬하고 있다”면서 “빨리 작업을 해야 한다고 라인 가동에 밤낮이 없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경북 구미공장의 직원 B씨는 “마스크와 고글이 유일한 안전장비”라면서 “기본적으로 유해가스 농도측정과 환기시설조차 가동하지 않는다. 이처럼 뻥 뚫린 공간에서 유기물 합성을 하고 바로 그 옆에서는 설비작업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불평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현재 3차 개발 작업까지 진행됐고 그 사이에 여러 번의 공정평가가 있었지만 유해 유기물은 그대로 공장에 방치돼 있다”면서 “확인해보니 2개의 라인이 세트 업 된 이후에나 환기·공조 시설을 가동한다고 했다.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채 매일 목숨을 담보로 작업하는 게 우리의 실상”이라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경북 구미 공장의 실제 작업현장은 대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창피할 정도란다.

OLED는 정공을 제공하는 양극과 전자를 제공하는 음극사이에
정공 주입층(HIL, Hole Injection Layer), 정공 수송층(HTL, Hole Transfer Layer), 발광층(EML, Emission Layer), 전자수송층(ETL, Electron Injection Layer), 전자주입층(EIL, Electron Injection Layer) 등 여러 층으로 구성돼 있다.

HIL, HTL, EML, ETL, EIL 각 층마다 주입되는 물질이 화학적 유기물들이다. 육안으로 보면 밀가루 입자보다 약간 큰 크기의 가루 상태다. 이 물질이 진공상태의 증착설비에 로딩돼 액체와 고체의 중간상태로 변하면서 GLS표면에 여러 개의 막을 입히게 된다.

현재 LG디스플레이 경북 구미 E5 공장에서 사용하는 유기물 및 무기물은 총 17~18종류.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탄산염, 시안화수소와 금속 사이안산염, 이황화탄소 등의 화합물들이다. 이들 물질은 유리병과 플라스틱병에 담겨있다. 이 물질을 크럭시블(도가니)이라는 곳에 옮겨 담는 과정에 분진이 발생한다.

또한 LG디스플레이 경북 구미 E5 공장에서는 OLED의 재료로 유기물 이외에 암을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무기물, 은(Ag)과 리튬(Li)을 사용한다. 따라서 실제 유기물 및 무기물의 분진이 발생하는 재료를 사용할 때는 국소배기장치를 사용하여 위의 가루분진이 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 경북 구미 E5 공장은 유기물 합성 과정에서 배기장치는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작업공간도 구분 짓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협력업체가 공사를 하는 게 현장의 실상이라는 보고다. 결국 유해성 분진가루는 현장 전체 공기 중에 늘 떠다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관계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한편 2012년 8월 LG화학 청주공장에서는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사상자는 11명이 발생했다.

당시 폭발사고를 수사 했던 청주 흥덕경찰서는 이 회사 임직원 6명을 입건했다. 이 가운데 공장장인 P상무(44) 등 3명에 대해서는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P상무 등은 사고가 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공장을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고 근로자들의 안전보호구 착용 여부를 감독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치상)를 받았다.

이번 안전불감증 제보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 경북 구미 E5 공장 조창목 부장은 “OLED제조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나오지는 않는다”면서 “우리공장은 유해물질을 다루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 어느 공장이건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정부의 사용 승낙을 받아 가동된다. 하지만 우리는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LG디스플레이 경북 구미 E5 공장은 유해물질에 대한 직원들의 항의로 가동이 잠시 중단됐다.

이와 관련 LG디스플레이 손영준 상무는 25일 오후 “상황을 확인한 결과 E5공장은 정상 작업 중이며 유해물질 관련 어떤 상황도 없다”고 알려왔다.

이번 사안에 대해 구미노동청 권미숙 근로감독관(산재예방지도과)은 “바로 현장 학인조사를 실시하겠다.”면서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구미시는 지난 23일 도레이 첨단소재㈜ 제1공장에서 ‘지진피해 대비 유해 화학물질 유출 사고 민·관·군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 구미시는 지난 23일 오후 도레이첨단소재(주) 제1공장에서 ‘지진피해 대비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 민·관·군 합동훈련’을 펼쳤다.

특히 이번 훈련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2차사고 상황을 가정해 유해 화학물질 유출, 화재 발생, 낙하사고 등 복합 사고에 따른 기관별 임무를 수행했다.

이번에 안전불감증 문제가 제기된 LG디스플레이 공장이 이곳 구미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쪽에서는 유해 화학물질 유출 사고 민·관·군 합동훈련을 실시했는데 정작 LG디스플레이 공장은 안전불감증 현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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