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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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7.1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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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지리학』…20여 년 간의 일자리와 소득 추이
 

닷컴 열풍이 몰아쳤던 2000년대 초반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신경제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더 많은 장소의 자유를 준다”고 결론내렸다.

『지구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도 휴대전화, 이메일, 인터넷 등으로 통신장벽이 크게 낮아져 더 이상 물리적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물리적 접촉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실리콘밸리와 같은 곳들은 지도에서 사라지리라는 것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22년간 최고경영자를 지낸 스콧 맥닐리 역시 “집 사는 데 350만 달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봉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술자들이 많은 아시아와 여타 지역들로 실리콘밸리가 죄 이동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들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매튜 칸, 에드워드 글레이저 등 세계적 석학들이 극찬한 실증 연구의 대가인 엔리코 모레티는 기술 발달과 세계화로 인한 ‘거리의 종말’은 사실이 아님을 노동경제학과 도시경제학 등의 학문적 이론과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실증해낸다.

예를 들어 지난 10년에 걸쳐 인터넷, 소프트웨어 그리고 생명과학 부문의 일자리 성장률은 경제 여타 부문들의 전체 일자리 성장률보다 여덟 배 이상 높았다.

경제의 여타 부문들이 이들 세 부문처럼 성장했더라면 실업이 발생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아기와 노인을 포함한 시민 한 사람에게 새 일자리가 다섯 개씩이나 돌아갔을 것이다.

새너제이의 변호사와 워싱턴의 변호사, 덴버의 고졸 근로자와 솔트레이크시티의 고졸 근로자, 라스베이거스의 웨이터와 샌디에이고의 웨이터, 시애틀의 대졸 근로자와 앨버커키의 대졸 근로자, 샌프란시스코의 컴퓨터 과학자와 뉴욕의 컴퓨터 과학자…. 이들 가운데 어느 곳에 사는 사람이 연봉을 더 많이 받을까?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시애틀, 뉴욕, 워싱턴, 디트로이트 등 주요 도시들의 20여 년간 일자리와 평균 소득 추이를 분석해 소득을 결정하는 경제 지형의 비밀을 밝혀낸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보건학 연구, 첨단기술 연구개발, 금융업이 발달한 보스턴의 고졸 근로자가 전통 제조업에 속하는 자동차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플린트의 대졸 근로자보다 연봉을 2만 달러나 더 받는다.

 
그는 노동경제학과 도시경제학 등 풍부한 학문적 이론과 20여 년간의 일자리․평균 소득 추이 분석을 통해 지역에 따라 일자리와 소득의 격차가 있음을 밝혀낸다. 소득뿐 아니라 교육, 기대수명, 가계 건전성, 정치적 참여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레티는 픽사에서 색채학자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본업자를 만나고 최신 유행을 뽐내는 시애틀의 ‘개척자 광장’을 걷다가 유럽에서 가장 재미있는 도시이지만 의외로 아직도 가난한 베를린과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적음에도 갈수록 번성하는 롤리-더럼을 방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계 경제의 변화가 어떻게 지구촌의 작업장을 개조하고 있는지 풀어낸다.

또한 중국의 공업력이 어떻게 확대되었는지, 이것이 한국과 일본 근로자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이 미래 일자리의 소재지, 특정한 도시들과 지역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 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직장 생활, 우리의 공동체, 우리의 생활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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