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사익편취’…조현준 효성 회장 등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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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사익편취’…조현준 효성 회장 등 고발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8.04.0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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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그룹 총수 2세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경영난·자금난으로 퇴출 위기에 처하자 그룹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기획한 뒤 효성투자개발이 자금 조달을 지원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부과되고 경영진과 법인은 고발된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효성그룹 총수 2세 조현준 회장이 지배 주주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는 2012년 이후 계속된 심각한 영업난·자금난으로 2014년 말 퇴출 직전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GE는 2006년 설립된 회사로 당시 LED 디스플레이 생산·판매가 주력 업종이었고 조 회장의 지분율이 62.78%(간접 지분 포함 77.22%)이었다.

2012년부터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규모도 2012년 13억원에서 2014년 157억원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특히 2013년에는 홍콩계 투자자인 엑셀시어가 투자금(15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상 감자를 실시해 조 회장에게 지급함으로써 자금난은 더욱 악화됐다.

게다가 2014년에는 회계법인에 의해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게 돼 금융권을 통한 자체적인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지고 기존 차입금의 상환 요구에 까지 직면하게 됐다. 결국 GE는 2014년 말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이처럼 GE의 재무 상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2014년 8월 ㈜효성 재무본부는 ㈜효성을 포함한 여러 계열사를 지원주체로 설정하고 자금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2014년 11월 ㈜효성 재무본부는 결국 효성투자개발(HID)을 지원 주체로 결정한 뒤 직접 금융회사를 섭외하고 거래 구조를 기획·설계했고 12월 HID는 ㈜효성이 설계한 대로 거래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GE가 발행한 250억원 규모의 전환 사채(CB)를 인수한 4개 금융회사의 요구에 따라 이들 금융회사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와 2년(2014년 12월29일~2016년 12월30일)간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4월부터 ㈜효성 재무본부는 TRS 거래의 만기가 다가오자 계약 기간 연장을 적극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2016년 12월 조석래 회장이 CB 전액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TRS 거래가 종결됐다.

㈜효성의 요청에 따라 HID는 부실회사 GE가 거액의 CB를 발행할 수 있도록 CB에 수반되는 신용상·거래상 위험 일체를 인수해 사실상 지급 보증을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TRS 계약을 체결했다.

형식상 GE는 SPC와 총 2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HID는 SPC와 TRS 계약을 체결했다. 대주단은 이같은 거래가 이행되자 250억원을 CB 인수 대금으로 지급했다.

TRS 계약은 HID와 SPC가 정산일(계약일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12월30일)에 발생할 손실과 이익을 상호 정산해 주는 약정이었다.

정산 시점에 청산 가격(원금 250억원) 대비 공정 가격이 낮아 손실이 나면 HID가 SPC에 차액을 지급하고 반대로 공정 가격이 높아 이익이 나면 SPC가 HID에 차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HID는 자신의 손실 정산 의무 이행을 위해 원금보다 큰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고, 나아가 담보 가치를 훼손하는 자산 처분·배당·차입 등 일체의 경영활동 시 대주단의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했다.

HID의 TRS 거래에 힘입어 GE는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저리로 CB를 발행해 자본금의 7.4배에 달하는 거액의 자금을 자본처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HID의 입장에서 이같은 TRS 거래는 오로지 GE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HID가 참여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

이번 TRS 거래는 계약 당시 모든 이익이 GE에게 돌아가고 HID에는 손실만 예상됐다. TRS 거래 당시 GE의 재무상태·영업전망과 CB의 높은 전환 가격에 비추어 HID가 TRS 거래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는 것이 명백했다.

반면 HID는 거액의 신용 위험을 인수해 GE에 사실상 지급 보증을 제공했음에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했다.

참고로 HID처럼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회사가 투자를 명분으로 TRS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상관행과 맞지 않는 이례적 사례다.

이같은 지원 행위로 GE와 특수 관계인인 조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

조 회장은 한계 기업인 GE의 퇴출 모면에 따라 GE에 투입한 기존 투자금이 보존되고 경영권이 유지됐으며 저리의 CB 발행을 통해 얻은 금리 차익도 지분율만큼 제공받았다.

나아가 조현준은 효성그룹 승계 과정의 2세 경영자로 GE의 경영 실패에 따른 평판이 훼손되는 사태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이같은 지원 행위로 GE가 속한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질서도 훼손됐다. 계열사의 지원 행위로 한계기업 GE의 퇴출이 저지돼 시장 경쟁 원리가 훼손된 것이다.

GE는 자신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사업 기반도 강화돼 LED조명 시장의 공정한 경쟁 기반을 훼손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HID, GE, ㈜효성, 조현준 회장에게 향후 행위 금지명령을 내리고 HID 4000만원, GE 12억2700만원, ㈜효성 17억1900만원의 과징금 부과도 결정했다.

또한 법인 HID와 ㈜효성, 조현준 회장·송형진·임석주 등의 개인 고발도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빈발했던 부실계열사 지원 관행이 아직도 잔존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목적으로 재발한 사례를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파생 금융 상품의 외형을 이용한 변칙적·우회적 지원 행위를 적발했다는 점에서 탈법적 관행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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