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 현행법 위반”
상태바
“현대엘리베이터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 현행법 위반”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8.05.29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개혁연대, 금감원에 위법성 조사 요청…“현정은 회장 경영권 유지·방어 목적 의혹”
▲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과 현정은 회장(원안).

경제개혁연대, 금감원에 위법성 조사 요청…“현정은 회장 경영권 유지·방어 목적 의혹”

경제개혁연대는 29일 금융감독원에 공문을 보내 현대엘리베이터의 제35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의 위법성 여부를 조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2015년 11월5일 제35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2050억원어치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바 있다.

전환사채 인수자는 이음제2호기업재무안정투자합자회사 등 3곳이었으며 전환가능 주식수는 총 385만9768주, 전환가격은 주당 5만3112원(약 3개월 후 전환가격 4만8698원으로 조정)이었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는 2017년 1월 전환사채의 40%에 해당되는 820억원어치(168만6846주 상당)를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했고 같은 날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과 상환된 자기전환사채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양도(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글로벌은 현 회장이 91.30%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족과 지분을 합해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다.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은 2020년 10월17일까지 주식매도 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각 50%), 매도청구권 거래가액은 78억원(각각 39억원)이었다.

현행 상법은 제3자에 대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의 경우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경영상의 목적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BW 등을 통한 대주주의 편법승계가 문제되자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분리형 BW’의 발행을 금지시켰고 이후 2015년 공모방식의 분리형 BW는 허용했다.

경제개혁연대가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외관상 제3자 배정 방식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지만 실질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직접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에게 회사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사실상 ‘분리형 BW’를 발행했다.

또한 이중 신주인수권(워런트)만을 현 회장 등이 인수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당초 제3자 배정방식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지만 약 1년 경과한 후 회사는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약 40% 상당의 전환사채를 인수했고 인수한 자기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하는 계약을 현대그룹의 지배주주인 현 회장과 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벌과 체결하고 그에 상응하는 프리미엄(각 38억8600만원)을 수취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증권의 주채무자가 상환했을 경우 증권적 법률관계가 완전히 소멸하기 때문에 발행 당시 콜옵션이 설정돼 있었다 하더라도 소각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를 기초로 자신이 지정한 제3자에게 다시 콜옵션(주식매도 청구)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실제 그 대상은 지배주주와 계열사였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법에서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환사채 발행이라는 외관을 빌려 지배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기초사실관계가 전혀 달라진 것이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설명했다.

또한 제35회 전환사채 발행은 애초 ‘경영상 목적’ 내지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지배주주의 지분 확대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발행한 것으로도 의심하고 있다.

현행법은 전환사채과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제3자 발행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하고 있으며, 특히 상장회사의 경우 분리형BW의 사모발행은 금지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경영권 방어 목적을 합당한 경영상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등기이사 회장으로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2015년 말 계약 당시 기준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이 콜옵션을 모두 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6.07%에서 28.10%로 증가하는 반면 제2대 주주이자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쉰들러 홀딩스 AG(Schindler Holding AG)의 지분은 17.12%에서 14.62%로 지분 희석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경제개혁연대는 밝혔다.

결과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모방식의 분리형 BW를 발행한 후 이중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현 회장 등이 우회해 보유하게 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는 경영권 방어 목적 외에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판단이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현대엘레베이터는 과거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해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끼친 사실이 있다”며 “이번에 또다시 경영권 유지·방어를 위해 편법적으로 자기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여 철저한 조사와 위법사실 확인 시 엄중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