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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평등을 창조한 전쟁의 역설…『초협력사회』
심양우 기자  |  syw@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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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30  08: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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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인간은 파괴의 과정에서 창조의 힘을 얻는다.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이치다.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고대국가의 성립과 그것을 무너뜨려 더 좋고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던 과정에는 전쟁이라는 참극이 있었다. 곧 전쟁은 파괴하면서 동시에 창조하는 힘이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의 생태·진화생물학부 교수이자 인류학과·수학과 교수인 피터 터친이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에 빗대어 전쟁을 ‘파괴적 창조’의 과정이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초사회성의 진화를 추진하는 것이 폭력, 즉 전쟁을 하는 사회이고 궁극적으로 폭력을 줄이는 것 역시 초사회성이라는 것이다.

신간 『초협력사회』(생각의힘)는 흔히 집단선택론으로 알려준 다수준 선택론과 문화진화론에 의거해 전쟁이 협력의 진화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문화진화론적 분석을 통해 협력과 전쟁이 소규모 사회에서 대규모 사회로 이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파한다.

주목할 점은 인간사회의 역학을 문화진화라는 틀로서 바라보고 그것을 수학적 모형으로 분석하며 데이터로 검증해낸다는 것이다. 터친은 스티븐 핑커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개진한 주장을 비판한다.

핑커는 『선한 천사』에서 역사적으로 인간사회에서 폭력이 엄청난 폭으로, 선형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쓴다. 그리고 이 폭력의 감소는 인간 역사에서 거의 우연적인, 핑커 자신의 표현을 따르면 ‘외인성’의 발전이 수없이 누적돼 이뤄진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변화를 설명해주는 단 하나의 통합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터친은 이 통합이론을 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정한 하나의 제국이 무엇 때문에 생성, 쇠퇴, 소멸됐는가가 아니라 제국 일반은 무엇 때문에 생성되고 쇠퇴하며 멸망했는가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핑커는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역사상 폭력의 행위들을 실증하지만 폭력이 감소한 이유를 결국 인간 개인의 심리 상태에서 찾는다. 그에게 문화적·물질적 환경 변화는 이런 환경이 개인의 심리 상태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만 중요할 뿐이다.

반면 터친은 어떤 집단이 등장해서 융성, 쇠락, 소멸하는 과정은 개체들 간의 경쟁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 간극을 집단 간의 경쟁에 대한 분석이 메워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국가는 전쟁의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진화했고 협력의 규모가 커진 국가를 결속하는 힘은 제도와 문화 양쪽에서 ‘공진화’했다.

그렇다고 터친이 전쟁을 지지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사회의 진화가 흘러온 방향에서 전쟁의 역할을 엄밀하게 지적하고 분석할 뿐이다.

사실 전쟁과 협력은 언뜻 매우 배치되는 단어 같지만 서로 뗄 수 없는 역동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전쟁이 협력의 규모를 키웠고 그렇게 커진 사회의 규모로 인해 폭력이 줄어들었다. 결국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도 전 세계적인 규모의 협력이 필요하다.

터친은 평화가 단순히 전쟁의 부재가 아니며 능동적인 수완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경쟁에 있어서도 질적인 변화를 겪은 듯하다. 경쟁의 수단이 전쟁보다 오히려 경제로 옮겨갔다고도 볼 수 있다. 여전히 세계는 전쟁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부를 기반으로 한 경쟁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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