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수의·유족 완장은 일제 잔재”…장례문화 잔존 일제 식민지성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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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수의·유족 완장은 일제 잔재”…장례문화 잔존 일제 식민지성 조명
  • 김윤태 기자
  • 승인 2018.12.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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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서울시설공단, 시청서 ‘빼앗긴 길, 한국 상·장례 문화의 식민지성’ 전시회

서울시·서울시설공단, 시청서 ‘빼앗긴 길, 한국 상·장례 문화의 식민지성’ 전시회

삼베로 수의를 만들어 고인에게 입히는 풍습을 전통적인 장례문화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 풍습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34년 ‘의례준칙’을 통해 우리의 전통 생활양식을 일본식으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이전까지 우리 조상들은 생전에 고인이 입었던 가장 좋은 옷을 수의로 사용했다.

삼베수의뿐만 아니라 유족 완장과 리본, 국화로 치장한 영정 같이 오늘날 보편화된 장례문화 상당수가 일제강점기의 잔재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새해를 맞아 ‘빼앗긴 길, 한국 상·장례 문화의 식민지성’이라는 주제의 장례문화 전시회를 내년 1월20일까지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연다.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장례문화에 잔존하고 있는 일제의 식민지성을 집중 조명하고 장례문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특히 한국인의 장례 전통을 말살하고 의식을 지배하기 위한 조선총독부의 식민지 정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전시내용은 4개 주제 ‘죽음이 가까우면 새는 노래가 구슬프고 사람은 말이 선하다’, ‘1912년, 한국의 죽음이 죽다’, ‘국적 없는 죽음문화, 죽음은 죽음을 추억하지 않는다. 오직 삶이 죽음을 기억할 뿐이다’로 구성된다.

전시공간은 한 개의 터널구조물로 관객들은 한 개의 길을 걸으며 전시내용을 경험할 수 있다. 그 길은 실제보다 마치 먼 길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도록 디자인됐다.

한국 전통 장례용품인 만장(挽章)을 재구성해 길로 엮어 한국 상·장례 문화가 거쳐 온 지난 100여년 동안의 길을 담아냈으며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새로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 첫 날인 28일 오후 3시에는 한국 독립운동사의 거목 윤봉길·조소앙 선생의 후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행사 ‘상·장례 문화 토크’가 진행됐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과 서라벌대학교 장례서비스경영학과 김미혜 교수가 패널로 참여한 ‘상·장례 문화 토크’는 이번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일제 잔재 장례문화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을 통해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나아갈 길과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서해성 총감독은 “광복 뒤 한국인은 식민화된 상·장례문화에 대해 성찰해보지 않은 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100년 전 그날 고종은 일제 주도의 ‘국장’으로 왜색화된 저승길을 떠났다. 이는 백성과 국민 사이에 있던 한국인이 일제에 더 분노한 이유이기도 했다”며 이번 행사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또한 “3·1운동이 고종의 죽음과 장례를 매개로 전개된 만큼 3·1운동 100주년인 올해를 ‘상·장례의 식민지성’ 성찰로 시작하고자 한다”고 장례문화 의식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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