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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사회적 재생산 체계 중 하나의 하위체계”…『역사의 시작』
심양우 기자  |  syw@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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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1  1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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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의 종식과 함께 이데올로기 대결의 역사는 자유주의의 승리로 끝났다며 ‘역사의 종말’을 주장했다. 냉전 기간 동안 민주주의 체제는 파시즘과 공산주의 체제로부터 많은 투쟁을 거치면서 승리를 거두었고 더 이상 민주주의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이념과 철학 체계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맛시모 데 안젤리스(이스트런던대학교 정치경제학 교수)는 ‘역사의 시작’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역사의 종말이라는 이미지로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거부한다. 지구 전역에서 자본의 폭력에 맞서 일어나는 다양한 투쟁들이 다른 가치를 상정하고 실천하며 다른 삶을 창조하는 과정이라며 역사는 끝난 적이 없고, 역사는 언제나 다시 시작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신간 『역사의 시작』(갈무리)에서 자본주의의 최종적인 승리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을 향해 자본주의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떤 것, 즉 사회적 재생산 체계에 속한 하나의 하위체계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즉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체계가 모든 것을 에워싼 세계가 아니라 다양한 체계들의 상호관계로 구성된 세계라는 의미다.

따라서 저는 이 세계를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가치 체계들의 집합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가치 체계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그려내기 위해 거치 실천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또한 가치실천은 가치 체계에 입각해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그것을 생산·재생산하는 행동과 과정과 관계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주택소유자의 가치 체계에서 임대료 상승은 ‘좋은 것’이고 하락은 ‘나쁜 것’이다. 반대로 세입자의 가치 체계에서 임대료 상승은 ‘나쁜 것’이고 하락은 ‘좋은 것’이다. 주택소유자들은 가격을 담합하고 이른바 혐오 시설의 입주를 저지하며 임대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가치화하는 것(임대료 및 주택 가격 상승)을 추구함으로써 ‘부동산이 불패하는’ 사회를 재생산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부동산 투자는 가치 체계를 넘어 하나의 가치 프로그램이 된다.

그러나 임대료와 주택 가격의 상승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면서 다른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부동산이 불패하는’ 사회 안에서 건물주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을 거부하고 강제 집행에 맞서며 다른 사회를 구성한다. 그러한 일은 필연적으로 지배적인 가치 체계와의 갈등을 유발한다. 그렇게 상이한 가치들이 충돌할 때 하나의 전선이 형성되고 그곳에서 다른 사회가, 자본의 외부가 만들어진다.

저자는 그렇게 자본과 다른 것이 되는 과정, 즉 외부를 공통장(commons)이라고 부른다.

자본주의가 하나의 체계라면 자본은 이 체계를 출현시키는 사회적 세력이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적 세력이란 어떤 지향점을 가진 힘들이 연결된 상태를 가리킨다. 요컨대 자본은 자신의 외부에 있는 모든 것을 에워싸려 한다. 즉 종획한다.

전통적인 맑스주의는 종획을 자본주의의 시초에 일어난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정상적인 축적 과정, 즉 자본 논리를 강조하지만 저자에게 종획이란 자본 논리의 지속적인 특징이다. 우리가 세계를 객관적인 법칙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 실천들 간의 투쟁에서 출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때 자본은 자기 보전과 무한한 증식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 세력을 종획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의 강조점은 역사를 시작하기 위해 분투하는 세력들이 반대하는 것, 즉 자본주의보다는 그 세력들이 대면하는 것, 즉 자본과 자본의 가치 실천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그 종획의 과정에서 또 다시 투쟁이 일어나고 새로운 전선이 그어진다. 공유경제뿐 아니라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사례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것처럼 오늘날 도시는 공통의 부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자본과 권력자가 도시의 유일한 행위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지배와 착취 바깥에는 우리가 공통의 삶을 이루는 데 필요한 비배타적인 가치 실천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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