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16일부터 신진작가 김신애·최윤희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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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 16일부터 신진작가 김신애·최윤희 개인전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9.05.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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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은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19 OCI YOUNG CREATIVES’에 선정된 김신애 작가와 최윤희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OCI 미술관 1층에는 김신애 개인전 ‘Not Just Tiny But Abstract’가, 2층에는 최윤희 개인전 ‘Recording Pattern’가 전시된다.

김신애 작가는 수치나 좌표, 각도 등의 정보를 설치물로 변환하고 형상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OCI미술관 1층 공간의 정보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전시장 1층 공간을 몇 개의 층으로 분리해 사각형의 둘레는 꼿꼿이 펴서 스틸 막대로, 사각형의 각 변 그리고 다른 사각형과의 교차점은 막대 표면의 마디로 변환한다.

▲ Scene #1 내지 artbook 59.4×42㎝, 32p 2019.

둘레 길이 수치를 색상 값 삼아 막대에 색을 입힌다. 미술관 천장과 벽면 둘레를 차곡차곡 쌓고 더해 공간을 이루는 수많은 직선을 ‘길이 총합’이라는 단 하나의 수치로 수렴한다.

이는 다시 동일한 길이를 지닌 작고 강렬한 색상의 실타래로 물질화·형상화해 전시장 벽면과 바닥이 만나는 어느 모서리 홈에 살포시 자리한다.

책이라기보단 신문지에 가까운 크기의 아트북은 공간을 사방으로 더듬는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벽과 천장, 보와 보의 교차로 나타나는 모서리의 길이, 수많은 꼭짓점의 위치와 개수는 알 수 없는 수치와 표시의 난무로 책장을 채운다.

이는 정보를 표기하는 기호이면서 정작 기의의 무게는 흐리고 지우길 반복해 숫자나 문자를 닮은 어떤 ‘형태’처럼 책을 점령한다. 관객은 넘기기도 힘들 정도로 큰 책장을 펄럭거리고 구기며 정보가 물질화하고 체화했음을 시각과 촉감과 소리로 체험한다.

벽면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를 따라 이어진 홈의 폭은 20mm. 전시장 홀 가운데에 놓인 책상은 20mm짜리 검정 각파이프로 다리를 짰다. 전시 제목의 ‘Abstract’는 정보의 이러한 공공재를 닮은 속성을 암시한다.

김신애의 이번 개인전은 ‘공간’이라는 미술 본연의 탐구 대상을 그와 관련한 수많은 정보들을 극도로 간결한 조형으로 응축하는 과정을 내보임으로서 공간의 의미와 정보의 속성에 대해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 최윤희 작가 전시 전경.

최윤희 작가는 지난 몇 해 동안 작업실을 오가며 수없이 지나 온 밤거리를 본 대로, 느낀 리듬대로, 그때 그 속도와 빛깔로 화폭에 신속히 풀어 전시장에 재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최윤희 작가가 그려 놓은 건 도로를 따라 끝없이 가지런한 방음벽이었다.

높다랗게 줄지어 선 철제 기둥을 프레임 삼아 투명한 PC(폴리카보네이트) 패널을 줄지어 끼운 방음벽은 그 모양새를 그물 삼아 세상을 격자 형태로 매 순간 분할한다. 때로는 쌩쌩, 때로는 느릿느릿 스쳐가는 벽체 마디마디는 그때마다 새로운 리듬과 파동과 소리를 뿌려댄다.

한때 꽤나 투명했던 플라스틱 패널은 작가보다 빠르게 나이를 먹는 듯 주름살 같은 흠집과 얼룩으로 뒤덮여 있다. 그 탓에 벽 너머로 끝없이 날아드는 집집마다 조명이며 가게 간판의 광선, 가로등 불빛조차 온전히 건네지 못하고 굴절과 왜곡을 거듭한다.

점에 가까웠을 밤의 불빛 하나하나는 속도감에 밀리고 끌려 길게 늘어지고 알록달록한 빛깔은 서로 꼬리를 얽으며 화폭에서 뒤섞인다. 덜컹거리는 바퀴 탓인지 피로에 지친 동공의 요동 탓인지, 아니면 그가 흥얼거리던 리듬의 영향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어떤 빛깔은 혜성처럼 궤도를 빙글빙글 꼬며 종종 화면을 가로지른다.

격자를 헤집고 새는 알록달록한 빛무리와 궤적은 그가 겪은 밤빛을 그대로 옮긴바 매번 다르게 찍혀 나오는 소리의 파형을 닮은 형상들은 다분히 어떤 패턴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 도입부에 세 줄로 늘어선 소품 작업 ‘구간 패턴’에선 수많은 밤들 중 엄선된 최윤희의 스물 한 밤을 점점이 담았다. 빈칸에 그날의 일기를 채우듯 서로 다른 매일 매일을 A4크기의 종이에 채운다. 이후 30, 50, 100호 등 크기와 눈높이, 박자를 다양화하며 전시장 전체로 작가가 레코딩한 밤의 파형을 발산한다.

50F 캔버스 여덟 피스로 구성한 ‘밤의 리듬을 만드는 일’에서는 엄지손가락보다 굵은, 시원시원한 터치의 표면 질감과 각도에 따라 오묘하게 다른 색상을 요모조모 뜯어보며 ‘밤 빛’을 짐작하고 공유할 수 있다.

‘Pattern’은 각각의 화폭에서뿐만 아니라 화폭과 하얀 벽의 여백이 드문드문 생략을 넣듯 두루 이어지며 전시장 전체를 통틀어서도 발견할 수 있다.

최윤희 작가가 체험한 밤의 기억을 타인들이 공유할 수 있게끔 최대한 변형 없이 신선한 상태로 옮겨다 놓은 방음벽 재현 무대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한편 OCI YOUNG CREATIVES는 한국 국적의 만 35세 이하의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연례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공개 모집을 통해 지원받고 있으며 OCI미술관 학예팀과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3차례 이상의 엄중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선발된 작가에게는 1인당 1000만원의 창작지원금과 OCI미술관에서 개인전 개최의 기회가 제공된다.

이외에도 OCI미술관 큐레이터의 전시 기획, 전문가와의 1:1 비평 매칭, 리플렛 제작, 온·오프라인 대외 홍보, 작가와의대화를 비롯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 등 OCI미술관의 전폭적인 지원받게 된다.

평균 50~6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OCI YOUNG CREATIVES는 올해 10회째를 맞이하며 지금까지 총 67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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