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곳곳서 ‘정준양 감싸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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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 곳곳서 ‘정준양 감싸기’ 의혹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5.04.09 11: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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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틸 비정상적 특혜 이미 감사팀 감사”…취임 1년 동안 정준양 부정·비리 은폐 의혹
▲ 정준양 전 회장(오른쪽 원안) 재임시절 포스코의 각종 비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권오준 회장(왼쪽 원안) 취임 이후 단 한 차례의 척결의지도 없이 오히려 이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권 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의 아바타’라는 비난이 포스코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가 포스코그룹을 향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권오준 회장의 취임 1년 동안의 경영활동에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를 계기로 정준양 전 회장을 둘러싼 그룹 내 각종 비리 의혹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를 외면한 채 지난 1년 동안 경영정상화만을 강조한 것은 ‘정준양 감싸기’였다는 지적이다.

9일 포스코와 검찰에 따르면 권오준 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 재임 5년 동안 포스코 내에 만연했던 각종 부정비리에 단 한 차례의 척결의지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를 덮으려 했다.

MB 정권 실세를 등에 업은 정 전 회장의 파행경영으로 협력·납품업체들과의 비상식적인 거래관행들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권 회장은 이를 묵인한 것이다.

특히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각종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고도 관련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함께 사건을 은폐했다.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된 포스코건설 베트남 비자금 조성사실을 적발한 포스코건설 감사팀이 임원 9명과 직원 24명에 대한 징계와 검찰 검찰 고소·고발을 건의했지만 이를 묵살한 것은 물론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한 코스틸에 대한 특혜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감사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미 내부에서 코스틸에 대한 감사가 진행된 바 있다”면서 “감사팀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특혜라는 사실과 함께 경영진에게도 보고했다”고 전했다.

코스틸은 포스코로부터 철강 중간재인 슬래브를 헐값에 사들여 연강선재, 이형봉강, 철선, 철못, 플랫코일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 국내 철선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지난 2001년부터 코스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재천 회장은 포항 출신으로 MB 정부 시절 재경 포항중·고등학교 동문회장을 역임하며 정권 실세는 물론 정준양 전 회장과도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스틸은 2006년 209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3년에는 3912억원으로 두 배 가량 급증했다.

MB 정권 실세들과 정준양 전 회장을 등에 업고 포스코로부터 상식 이하의 헐값에 슬래브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포스코플랜텍(구 성진지오텍)에 대한 2900억원 유상증자 결정도 권 회장의 정준양 감싸기 의혹의 중심에 있다.

당시 포스코 이사회는 유상증자에 강하게 반발해 한 차례 보류를 결정했지만 지난해 12월 다시 안건으로 상정돼 통과됐다. 이사회에서 보류된 안건이 다시 올라와 통과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성진지오텍과 합병한 회사로 성진지오텍은 정준양 전 회장 재임 당시였던 2010년 3월 포스코가 1600여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성진지오텍의 부채비율은 1600%로 MB정권 실세의 압력으로 포스코가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하며 사업구조 효율화와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을 경영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준양 전 회장의 대표적인 부실·특혜 인수합병 사례로 꼽히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구조조정은 외면한 채 오히려 유상증자로 지원을 강화했다.

이처럼 포스코를 파행으로 몰았던 정 전 회장 시절의 각종 폐해가 개선 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 포스코 임직원들은 “도대체 정준양 전 회장이 사퇴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준양 전 회장 재임 당시와 현재 권오준 회장의 포스코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아냥 섞인 역설적 푸념이다.

포스코의 한 그룹장은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지난 1년 동안 정준양 전 회장과의 차별화는 물론 파행경영에 대한 고리끊기 노력이 일절 없었다”면서 “포스코 개혁을 명분으로 한 정 전 회장의 외부 압력에 의한 퇴진과 새로운 CEO로 취임한 권 회장 사이에서 아무런 변화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 안팎에서는 권오준 회장을 가리켜 ‘정준양 전 회장의 아바타’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권 회장이 사실상 정 전 회장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2013년 정 전 회장 사퇴에 이어 지난해 1월 포스코 CEO 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권 회장을 결정한 것과 무관치 않다.

당시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에는 윤석만 포스코건설 상임고문과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오영교 무역협회 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었다.

그러나 1월15일 CEO 추천위원회는 권오준 포스코 사장,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내부인사 4명과 외부인사인 오영호 코트라 사장을 후보로 지명하고 자격심사에 들어갔다.

이후 CEO 추천위원회는 최종 후보로 권오준·정동화 2인으로 압축한 뒤 최종면접을 거쳐 권오준 회장으로 최종 결정했다.

당시 포스코 안팎에서는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백면서생(白面書生)으로 평가됐던 권 회장의 회장 결정에 의아해 했다.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하며 포스코에 발을 들여놓은 권 회장은 사실 연구실 붙박이었다.

유럽연합(EU) 사무소장을 제외하면 RIST 강재연구부 열연연구실장,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포스코 기술총괄장 사장 등 경영과 전혀 무관한 경력의 보유자였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당시 CEO 추천위원회는 김응규 사내이사가 주도하는 등 정준양 전 회장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며 “결국 보이지 않은 손이 권 회장을 포스코 회장에 앉혔다”고 말했다.

백면서생인 권 회장을 후임으로 정 전 회장이 상왕 역할을 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정 전 회장은 포스코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수시로 삼성동 무역센터 사무실에서 임원들의 업무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포스코 임직원들에게서 확인되고 있다.

정 전 회장과 권 회장은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 2년 선후배 사이다. 또 권 회장이 포스코 기술연구소 소장과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에 취임한 시기는 정 전 회장 재임 시절이다.

포스코 임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포스코건설 비자금과 코스틸 특혜, 포스코플랜택 증자에 대해 권 회장이 몰랐다면 이는 정 전 회장이 의도한 것처럼 권 회장은 꼭두각시 역할을 한 것”이라면서 “만약 알고도 묵인했거나 개입했다면 정 전 회장의 과실을 의도적으로 덮고자 한 배임행위”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임원 출신의 한 인사도 “지난해 1월 CEO 추천위원회가 권오준 회장과 함께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최종 후보 2인으로 낙점했다는 것 자체가 최근 포스코 사태를 초래한 단초”라며 “권 회장이 이번 사태를 극복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만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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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세상 2015-04-11 20:53:55
성완종 보다 더 한 인간들...국가의 재산을 자기네들 사리사욕으로 사용한 도둑놈들

이기세 2015-04-11 20:50:32
스스로 저 세상으로 가야 될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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