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을 관찰하는 안목…“다양성과 차이 따로따로 볼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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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을 관찰하는 안목…“다양성과 차이 따로따로 볼 줄 알아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7.3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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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41)

[한정주 역사평론가] 자세히 만물들을 관찰하면 썩어서 냄새가 나는 것 이외는 모두 생기가 발랄하여 억제할 수 없고 후줄근히 축 늘어진 것은 오래지 않아 썩어서 냄새가 나게 될 것들이다.

만물을 관찰할 적에는 따로따로 안목을 갖추어야 하는 법이니 나귀가 다리를 지나갈 적엔 오직 귀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 집비둘기가 뜰에서 거닐 적엔 오직 어깻죽지가 어떻게 되는가를 보고, 매미가 울 적엔 오직 가슴이 어떻게 되는가를 보고, 붕어가 물을 삼킬 적엔 오직 뺨이 어떻게 되는가를 보아야 한다.

이는 모두 그들 나름의 정신이 발로되는 곳으로 지극한 묘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細看萬物 腐臭以外 無非生氣英英 不可禁遏 而冉冉低垂者 匪久隣腐臭者也. 觀萬物 可別具眼孔 驢度橋 但看耳之如何 鴿步庭 但肩난之如何 蟬之鳴也 但看脇之如何 鯽之飮也 但看腮之如何 此皆精神發露 而至妙之所寄處也. 『이목구심서 2』

자연의 본성은 다양성과 차이를 소중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인간 세계와 자연 만물과 천하 우주를 관찰해 보면 유사한 것은 볼 수 있지만 똑같은 것은 단 한 가지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모두 제 나름의 안목을 따로따로 갖춰서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나귀가 다리를 지나갈 때는 오직 귀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면 된다. 옛날 다리가 오늘날의 콘크리트 다리처럼 튼튼했겠는가?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놓은 다리는 항상 삐꺽거리고, 만약 나귀에 사람이 타고 있거나 짐을 잔뜩 실었다면 다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삐꺽거리고 흔들렸을 것이다.

이때 나귀가 어떤 상태인지는 다른 것은 볼 필요도 없이 귀만 보면 된다. 물에 빠질지 몰라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감정 상태를 쫑긋 세운 귀 모양의 변화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비슷한 이치로 붕어가 물을 삼킬 때 그 뺨 모양만 보면 생기가 넘치는지 그렇지 않은지 단박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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