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과 지금 사람…“지금 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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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과 지금 사람…“지금 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8.0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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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43)

[한정주 역사평론가] 지금 사람들이 옛사람들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다만 지금 사람들이 스스로 하기를 옛사람들이 스스로 하듯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좋은 일 해두기를 오직 옛사람들처럼만 한다면 반드시 후세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서 ‘아무 옛분이 해놓은 아무 좋은 일은 배워야 한다’고 칭찬하게 될 것이고, 그 소위 좋은 일이라는 것도 나 자신이 오늘 해둔 것에 벗어나지 않는 법이다.

今人之不及古人者 只以今人自處 不以古人自處故也 若修置好事 但如古人而已 必有後人 贊我曰某古人 有某好事可學也 其所謂好事 不過吾今日所修置者也. 『이목구심서 2』

옛 사람을 법도로 삼아 지금 사람을 본다면 참으로 비루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옛 사람도 그때의 자신을 볼 때 반드시 자신의 옛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시 그 옛 사람을 본 옛 사람 역시 그 때는 한 명의 지금 사람이었을 따름이다.

아침에 술 마시던 지금 사람이 저녁에는 세상을 떠나 옛사람이 되어 있다. 천만 년 동안 옛 사람과 지금 사람은 이와 같은 이치를 따라 변해왔다.

그렇다면 지금 사람은 옛사람과 대비하여 일컫는 말일 뿐이다. 옛사람도 그때는 지금 사람이었고, 지금 사람도 곧 옛사람이 된다.

옛사람과 지금 사람의 관계가 이렇다면 구태여 옛사람을 거론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지금 사람으로 ‘바로 지금 여기의 삶’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지금 사람이 곧 옛사람이 되면, 그때의 지금 사람이 오히려 그 사람을 가리켜 옛 사람이라고 존중할 터인데.

이른바 훌륭한 일이란 내가 지금 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이덕무의 말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박지원이 이덕무의 첫 시문집인 『영처고(嬰處稿)』에 써준 서문을 취해 다시 글로 옮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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