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형체는 둥글다?…18세기 지식인의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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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형체는 둥글다?…18세기 지식인의 사고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8.2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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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50)

[한정주 역사평론가] 하늘이 낸 만물은 형체가 둥근 것이 많으니 사람과 금수(禽獸)가 지닌 구멍이나 사지의 마디와 초목의 가지와 등걸꽃과 열매 및 구름·우뢰·비·이슬이 그것이다.

달은 해가 둥근 것을 표준하고 해는 하늘이 둥근 것을 표준하며, 물은 이 세 가지를 표준하여 만물을 생장시키고 만물은 이 네 가지 둥근 것을 표준하여 둥근 것이 대부분이다.

물이 어찌 둥근 것이냐고 하겠지만 수은이나 물방울이 모두 둥글어 돌을 물에 던지면 파도가 호랑이 눈알처럼 굽이치게 된다.

사람과 금수의 눈동자도 수화(水華)를 응결(凝結)하여 해와 달을 표준하였기 때문에 가장 둥근 것이다.

天生之物 體圓者多 人獸之孔竅節肢 草木之枝株花果 與雲雷雨露是也 月準日圓 日準天圓 水準三圓 乃生萬物 萬物準四圓 圓者居多 水何圓 水銀雨鈴 皆圓 擲石於波 波洄虎眼也 人獸眼睛 凝聚水華 以準日月故最圓. 『이목구심서 2』

유학의 전통적인 천지관(天地觀)과 우주관(宇宙觀)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평하고 네모지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 땅의 중심에 중국이 있기 때문에 세계는 중화(中華)와 이적(夷狄)으로 구성되어 있다. 땅은 움직이지 않고 하늘이 움직인다는 서양의 천동설(天動說)과 유사하다.

그런데 이덕무의 절친한 사우(師友) 중 한 사람인 홍대용은 땅은 둥글고 스스로 움직인다는 ‘지전설(地轉說)’을 주장했다.

땅이 둥글기 때문에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 아니다. 왜? 네모진 곳에서는 중심이 존재하지만 둥근 곳에서는 관점에 따라 어느 곳이나 중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화와 이적, 중심과 주변의 오래된 사고방식은 이제 전복되고 해체된다.

“만물의 형체는 둥근 모양이 많다”는 이덕무의 말에서 자연과 우주와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18세기 지식인의 사고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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