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테마주 제일제강 ‘난파선’ 전락…사기·횡령 인물들의 희대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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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테마주 제일제강 ‘난파선’ 전락…사기·횡령 인물들의 희대 사기극?
  • 박철성 칼럼니스트·아시아경제TV 리서치센터 국장
  • 승인 2018.07.3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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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주간증시]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는 횡령·분식회계·사기 등 다수 전과

[박철성의 주간증시]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는 횡령·분식회계·사기 등 다수 전과

‘보물선’은 사기·횡령 행각을 벌였던 인물들이 짜낸 새로운 사기극이었는가.

보물선 ‘구원투수’로 나선 신일그룹 최용석 신임대표는 횡령과 분식회계 등 다수의 사기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물선 테마로 거론된 제일제강과 4년째 적자인 부실기업 피앤텔은 초토화됐다. 개인투자자의 무덤이 됐고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울릉도 인근 해상에 침몰해 있는 돈스코이호. 신일그룹은 보물선으로 홍보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신일그룹. 150조원 보물선 돈스코이호 인양을 통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인터넷 전화 070-41-5150, 070-42-5150으로 전화를 걸면 나오는 안내 멘트다. 여전히 ‘150조원 보물선 돈스코이호 인양’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26일 신일그룹은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돈스코이호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대한민국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중차대한 자리였다.

바로 그 자리에 신일그룹 최용석 신임 대표가 나타났다. 그는 누구일까.

금융감독원과 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신일그룹 최용석 대표(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 대표)는 지난 2005년 상장 폐지된 BET(비이티) 대표이사였다.

지난 2004년 최용석 대표는 회사자금 횡령(무단인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렸다. 자기앞수표 등 사채업자에게 대출받은 106억원을 회사 자산으로 계상하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이 적발됐다. 그 사건으로 최 대표는 검찰에 넘겨졌다.

BET는 외부감사인의 감사 범위 제한 한정 사유로 결국 상장폐지됐다.

최 대표는 2003년 6월 BET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7월 대표이사로 선임돼 회사 경영을 맡아왔다. 그는 1065만주(29.92%)에 달했던 보유 지분의 대부분을 개인 채무 해결을 위한 담보로 제공했다.

그러나 채무자의 담보권 실행으로 2004년 5월까지 반대 매매가 이뤄졌다. 당시 최 대표는 2722주(0.14%)의 지분만을 보유한 상태였다.

▲ 돈스코이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신라그룹 최용석 대표. <채널A 방송 캡처>

최 대표를 잘 안다는 M&A 전문가 B씨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입을 씰룩거리는 모습이 분명히 최용석이었는데, 검은 머리라 순간 헷갈렸다”면서 그는 본래 백발이라고 했다.

또 그는 “최용석은 2014년에도 5억원 규모의 사기 사건으로 복역했다. 내가 아는 것만 두 번인데 아마 전과가 더 있을 것”이라면서 “주민등록은 1966년생인데, 1962년생 행세를 하고 다닌다”고 덧붙였다.

류상미 씨가 전 대표였던 신일그룹은 지난해 시장교란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은 신일광채그룹이 전신이다.

김대영 제이앤유글로벌 회장은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회장 유지범 씨의 본명은 류승진“이라면서 ”류승진은 현재 베트남, 라오스로 도피 중이고 기소중지된 사건만 10여건이나 되는 사기꾼”이라고 밝혔다.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에 금괴가 실려 있다며 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판매해 온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27일 “잘못된 국내 언론 보도에 휘둘리지 마라”고 했다.

신일그룹이 지난 26일 “배에 150조원어치 금괴가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추측이었다”며 공개 사과까지 했지만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한 셈이다.

신일그룹은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회사 전·현직 회장은 친남매이고 다른 경영진도 동업자 관계로 알려졌다.

지금도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의 좌측 상단 로고는 ‘150조원 보물선 돈스코이호 신일그룹’이라고 되어 있다.

신일그룹 홈페이지에 가상화폐 관련 글이 올라왔을 때도 있었다. 보물선과 신일골드코인은 그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신일그룹이 제작·공개한 돈스코이호 관련 영상의 일부가 영화 ‘타이타닉’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15년 전 한국해양연구원이 발견했다는 반론도 나왔다.

해양연구원 관계자는 15년 전 찍은 함포 영상과 이번에 신일그룹이 공개한 함포 영상을 비교해 공개했다. 함포 모양과 주변의 줄, 철제 구조물의 모양이 같았다. 그런데도 신일그룹은 세계 최초 발견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보물선은 미끼였을까. 수많은 사람이 ‘신일골드코인’이라는 가상화폐라는 것을 샀다. 문제는 가상화폐가 진짜일까 하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말 그대로 가상이다. 실체가 없다. 하지만 가상화폐 기술은 실체가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가상화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화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백서(white paper)’가 없다는 얘기다. 보통 가상화폐를 발행하려면 사전에 ‘백서’를 공개한다. 즉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할 때 코인을 발행하는 목적과 규모, 향후 모인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을 밝힌 일종의 사업계획서 같은 백서를 공개해야 한다.

쉽게 생각해서 우리가 기업 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할 때도 일반적으로 기업에 꼼꼼하게 정보를 요구하듯 ICO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일골드코인’이 사기코인이라는 우려도 있다. 신일골드코인은 백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백서는 물론 기술적인 처리방식이 일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에선 불법이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본사를 외국에 세웠다면 이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그런데 ‘신일골드코인’은 ICO가 합법인 해외 기준에서 보더라도 판매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는 홈페이지에 가상의 거래 그래프를 띄워 놨다. 2018년 9월30일 기준이다. 1만원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향후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는 식의 신일골드코인 가격이다.

‘신일골드코인’은 투자자들에게 최근까지 100~200원대에 판매했다.

만약 ‘신일골드코인’ 한 개를 100원에 샀으면 코인 하나당 100배의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일종의 희망 암시인 셈이다.

이게 포인트다. 역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전문가(?)들답다는 평이다.

이건 이렇게 암시만 해야 한다. 만약 이 내용에 대해 약정을 하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돼 현행법을 어기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이 그래프만 봤을 때 투자자들한테 약정까지 한 건 아니기 때문에 유사수신행위로 수사 의뢰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들은 법망을 이렇게 피해가고 있었다. 물론 투자자들한테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영업을 했고, 그 녹취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렇게 가상화폐의 기본인 백서 공개 없이 법망을 피한 채 여전히 투자자들로부터 현금을 챙기는 것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이런 게 사기”라고 말했다.

백서는 없고 보물선의 희망으로 투자금을 챙긴 것이다. 신일골드코인에 대해 향후 신일그룹이 사기죄로 피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물선 테마로 묶였던 제일제강은 난파선(?)이 됐다. 제일제강 주가는 13거래일 만에 210%가 폭등했다.

▲ 제일제강 일봉 그래프.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제일제강 주가는 지난 18일 장중 고점 5400원을 찍었고 지난 27일 종가 기준 71% 급락을 연출했다.

문제는 비정상적 폭등과 폭락이었다는 점이다. 그래프엔 세력의 발자국이 찍혔다. 그들은 5월8일부터 본격 매집을 시작했고 고점 부근에서 차익실현을 했다는 분석보고다.

지난 5일 류상미 신일그룹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인 제일제강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공시가 나온 뒤 2260원이던 제일제강 주가는 18일 5400원으로 200% 이상 급등했다. 신일그룹의 돈스코이호 인양 소식이 단단히 한몫했다.

▲ 제일제강 주봉 그래프.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신일그룹은 지난 6일 제일제강 주식 451만여 주(17.34%)를 185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내달 24일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도금도 채 입금이 안 됐고 최대주주 변경 예정일이 9월로 미뤄졌다. 아직 제일제강을 편입하기 전이다.

엄밀히 말해서 제일제강은 아직 신일그룹의 자회사가 아닌데다가 실적과 경영 능력 면에서 급등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주식이 요동치자 지난 16일 한국거래소는 제일제강을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현재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일그룹으로 분위기를 끓어 올리고 제일제강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참 폭등하던 주가는 지난 19일부터 폭락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세력이라고 본다면 너무나 고전적인 주가 부양 방법”이라면서 “이미 호재 보도로 시세차익은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피앤텔의 경우 자회사인 엘피케이가 신일그룹 계열사의 지분투자를 받았다는 루머가 퍼졌다. 보물선 테마에 한발 담갔던 피앤텔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피앤텔 일봉 그래프.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하락하던 피앤텔 주가는 보물선 테마에 엮였다는 소문이 돌면서 2거래일 반짝 급등 후 폭락 중이다. 문제는 바닥이 어딘지 가늠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반짝 급등을 통해 일부 세력 무리는 이익 실현을 했다는 분석 보고다.

문제는 피앤텔의 부실한 재무구조다. 4년째 적자 속에 허덕이고 있다. 시장에선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고 걱정한다. 더욱이 피앤텔은 무자본 M&A였다. 현재 서용남 대표이사 지분은 제로라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물론 대표이사 지분이 없을 순 있다. 이런 경우 지주회사인 대주주의 대표인 경우거나 해당 지주회사에 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재 서 대표 지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

무자본 M&A가 불법은 아니다. 단지 무리수를 두었고 이로 인해 발생할 파생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피앤텔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했다. ‘여기도 짜가(가짜),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유행가도 있다. 보물선에 보물은 없단다. 그러더니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사정 있어서 금괴 없다고 한 것”이라며 “잘못된 국내 언론 보도에 휘둘리지 마라”고 했다.

판단은 독자들 몫이다. 거짓에 휘둘려선 계좌도 인생도 곤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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