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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태종에게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거라고 10가지 이유를 간언한 위징[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㉙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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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3  07: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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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라 태종(왼쪽)에게 나라를 세운 처음에는 천하를 잘 다스렸던 제왕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직언한 간관 위징.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㉙

[한정주=역사평론가] 有福莫享盡(유복막향진)하라 福盡身貧窮(복진신빈궁)이요 有勢莫使盡(유세막사진)하라 勢盡寃相逢(세진원상봉)이니라 福兮常自惜(복혜상자석)하고 勢兮常自恭(세혜상자공)하라 人生驕與侈(인생교여치)는 有始多無終(유시다무종)이니라.

(복이 있다고 해도 그 복을 다 누리지 말라. 복이 다하고 나면 몸이 가난하고 궁색해질 뿐이다. 권세가 있다고 해도 그 권세를 다 부리지 말라. 권세가 다하면 재앙과 서로 만나게 될 뿐이다. 복이 있으면 항상 스스로 아끼고, 권세가 있으면 항상 스스로 공손하라. 사람이 살면서 교만하고 사치스러우면 시작은 화려해도 끝은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有始多無終(유시다무종)”, 즉 “시작은 화려해도 끝은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는 말과 정반대되는 말을 찾는다면 시작과 마찬가지로 끝도 훌륭하다는 뜻의 ‘유종(有終)의 미(美)’를 꼽을 수 있다.

누구라도 시작은 화려해도 마지막은 아무 것도 없는 삶보다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끝도 훌륭한 삶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이러한 까닭에 앞서 소개한 적이 있는 간관 위징은 당나라 태종에게 나라를 세운 처음에는 천하를 잘 다스렸던 제왕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직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존귀한 제왕의 자리에 있으면서 온 세상의 부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말에 거역하는 사람이 없고,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사람들이 반드시 순종하고, 공정한 도리보다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움직이고, 욕망이 예절을 파괴하기 때문에 처음에 잘해도 끝까지 잘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의 부를 다 누리려고 하고, 자신의 말을 다 관철시키려고 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다 이루려고 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 드러내려 하고, 자신의 욕망을 다 성취하려고 하면 비록 그 시작이 훌륭하다고 해도 반드시 끝은 좋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위징은 당태종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 힘든 10가지 원인’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첫 번째, 당태종이 처음에는 무위무욕(無爲無慾)하여 깨끗한 덕이 변방에까지 미쳤으나 지금은 먼 곳에서 준마(駿馬)를 구하고 나라 밖에서 진기한 보물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두 번째, 당태종이 처음에는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상처 입은 사람을 대하듯 하고,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엾게 여기고, 백성들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언제나 간소함을 중요하게 여겨 대규모 건축 사업을 벌이지 않았으나 지금은 사치하고 방탕해져서 “할 일이 없으면 교만하고 방자해지며 힘들게 일을 시켜야 부리기가 쉽다”면서 백성을 노역으로 부리는 것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세 번째, 당태종이 처음에는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백성의 이익을 도모했으나 지금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을 위해 백성을 괴롭히고 있으면서도 날이 갈수록 뽐내고 사치스러운 마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네 번째, 당태종이 처음에는 명예와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힘써서 사사롭게 편드는 일 없이 오직 선한 사람만 가까이하고 소인을 멀리했으나 지금은 선한 사람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공경만 하고 멀리하며 소인을 가볍게 여긴다면서 가까이 하고 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다섯 번째, 당태종이 처음에는 황금이나 보물을 돌아보지 않고 순박하고 소박한 생활을 했으나 지금은 진기한 물품을 좋아하여 얻기 힘든 물건이 있으면 아주 먼 곳에서라도 구하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이한 물건을 만드는 등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는데 여념이 없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여섯 번째, 당태종이 처음에는 어진 인재를 구하는 일을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는 것처럼 했으나 지금은 자신의 마음에 따라 사람을 등용하고, 설령 어진 사람이 천거한 사람을 쓰더라도 어떤 한 사람이 그를 헐뜯으면 쉽게 버리고, 오랫동안 신뢰하던 사람도 한 번 의심하면 멀리하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일곱 번째, 당태종이 처음에는 일은 청정(淸淨)을 으뜸으로 삼고 기호(嗜好)나 취미에 대한 사사로운 욕심이 없었으나 지금은 백성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나 빈번하게 사냥을 즐기고 또한 사냥에 쓰는 매나 사냥개를 공물로 바치라고 먼 곳에 있는 나라들에게까지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여덟 번째, 당태종이 처음에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신하들을 대했으나 지금은 신하들을 대하는 태도가 소홀해지고 거칠어져 아무리 현명하고 재략이 있는 신하라고 해도 충의(忠義)의 마음을 펼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아홉 번째, 당태종이 처음에는 부지런히 노력하여 게으르지 않고, 자신의 생각보다 남의 의견에 따르고, 언제나 겸손한 태도를 보였으나 지금은 자신의 현명함을 자부한 나머지 지나치게 뽐내면서 거리낌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여 날마다 오만한 마음이 크게 자라고 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열 번째, 당태종 즉위 초기 몇 년 동안 나라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수많은 백성들이 굶주림에 고통을 겪으면서도 제왕이 진실로 백성을 가련하게 여기는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한 집도 도망가지 않고 한 사람도 원망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거듭되는 나라의 부역에 백성들이 지칠 대로 지쳐서 제왕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마음을 품고 언제 소동을 일으킬지 알 수 없는 형국에 이르렀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위징의 말을 통해 자신을 견주어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찌 제왕의 경우만 그렇다고 하겠는가. 개인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처음에는 공손하고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도 부와 권세를 얻어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다가 교만함과 오만함 그리고 자만심에 빠져 결국에는 화를 입고 신세를 망친 경우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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